아밀로이드 PET영상. 왼쪽처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는 뇌피질 부위에 아밀로이드 침착으로 붉은 색깔(화살표)로 보이게 된다. 정상인은 뇌피질 부위에 아밀로이드 침착이 없음을 볼 수 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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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여부 외에 다른 조건이 비슷한 약 28만 명의 노인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백신 접종자의 치매 발병률이 2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2일(현지시각) 발표한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파스칼 겔드세처(Pascal Geldsetzer) 교수(전염병학·인구건강)는 “이 연구 결과는 매우 강력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특히 여성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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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를 침범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콜로라도 대학교 안슈츠 의과대학(University of Colorado Anschutz Medical Campus)의 마리아 나겔(Maria Nagel) 교수(신경과·안과)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치매의 위험 요소이며, 이제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개입 책을 갖게 되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대상포진이란?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거의 모든 사람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를 평생 몸에 가지고 살아간다. 이 바이러스는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으로 발현될 수 있다. 대상포진은 보통 몸 한쪽에서 수포와 함께 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과 치매의 관계는?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치매에 걸린 사람의 뇌(아래)와 걸리지 않은 사람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촬영한 영상.
치매(알츠하이머병 포함)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경계에 침투하는 특정 바이러스, 특히 수두 바이러스를 포함한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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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부분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AP에 따르면 나겔 교수는 대상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과 같은 뇌 건강에 좋은 생활방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백신 자체의 이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겔드세처 박사팀은 특별한 연구 방법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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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요인이 같지만 태어난 시기만 몇 주 달라 백신을 접종하거나 하지 못 한 28만 2541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
당시 접종한 백신은 조스타박스(Zostavax)라는 1세대 백신 이었다. 병원균이 살아있는 생백신을 약독화(병원체를 약하게 만듦)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사용하는 싱그릭스(Shingrix)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이다.
겔드세처 박사는 유형이 다른 이 백신도 같은 보호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