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정기 주주총회 참석… 인수전 후 첫 행보 지분 매각 관련 주주제안… 모두 부결 경영권 확보 어려워졌나… 업계 “전략 선회” 해석
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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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을 둘러싼 ‘남매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겼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전날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아워홈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첫 공식 행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지분 거래 종결 전 한화 측에 정보 공유‧보고가 이뤄진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보 공유는 지분 거래 과정에서 이미 합의된 내용이다.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 주식매매계약서 정관에 따르면 매수인이 요청하는 경우 대상회사의 사무실, 공장 등을 방문하거나 임직원 면담, 기록과 장부 열람을 허용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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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의 남매 갈등은 지난 2017년부터 이어졌다.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회사 지분 98% 이상을 나눠 갖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38.56%, 19.28%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또한 차녀 구명진 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
남매 갈등에서 구미현 회장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전 부회장 사이를 오가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대신 구미현 회장과 남편 이영렬 씨가 나란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어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 전 이사까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장남‧장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지분 58.62%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약 8695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초 업계에선 40.27%의 지분을 보유한 차녀·삼녀 연합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며 경영권 확보 다툼에 나설 것으로 봤다. 아워홈 정관 제9조 제3항에 따르면 어느 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줘야한다. 차녀·삼녀 연합이 장남·장녀 연합 지분 중 9.74%만 추가로 확보하면 과반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계약 기준 1주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약 1450억 원 자금이 필요하다.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
하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의 이번 주주총회 행보를 두고 아워홈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에서 주력 주주로 활동하며 방해 작업을 펼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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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매수권 유효성 논란도 있다. 장남·장녀 연합이 지난해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공동 매각 의향을 묻는 내용 증명을 보냈으나, 답하지 않은 점 때문이다. 또한 현재 아워홈 이사회가 구미현 회장, 이영렬 씨, 구재모 씨 등 장남·장녀 연합 측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을 받는 것도 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에 따라 지분 매각을 중단해달라는 처분금지가처분 신청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