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속도 이례적”…강남3구에 용산까지 핀셋 규제 대신 區단위 지정 ‘전례없는 초강수’ 급등 이어지면 마포-성동-광진구 추가 지정할수도
박상우 국토부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와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35일 만에 해제 지역이 있는 강남과 송파구뿐만 아니라 서초, 용산구까지 통째로 지정한 건 최근 서울 집값 상승 속도가 이례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가계부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해제 ‘헛발질’ 35일 만에 나온 수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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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이후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강남 3구의 집값이 크게 뛰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강남 3구 전체 아파트 거래 가운데 갭투자 의심 거래 비중은 1월 35.2%에서 2월 43.6%로 증가했다. 강남 3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는 외지인 매수 비중도 같은 기간 55.3%에서 62.4%로 올랐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모습. 2025.3.9. 뉴스1
10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72%로 2018년 2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강남구(0.69%)와 서초구(0.62%) 상승률도 7년 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노원, 도봉 등 서울 외곽 지역도 상승 전환했다.
강남 3구 급등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그동안 투기 우려가 큰 지역만 골라 지정하는 ‘핀셋 규제’였다. 이번처럼 구 단위로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 없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다만 보통 1년인 지정 기간은 6개월로 단축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투기 수요가 추가로 유입되면 국가 경제와 국민 주거 안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급할 때 쓰는 약”이라며 “6개월 후면 경제, 정치 등 여러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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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예고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와 함께 선호 지역인 마포, 성동, 광진구 등 ‘한강벨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 가계약은 가격 합의 여부가 관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이 발효되는 24일 이후 신규 계약부터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금지된다. 23일까지 계약서를 썼다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가계약만 한 경우라면 매수자와 매도자 간 합의 여부가 관건이다. 매수 가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만 법적으로 계약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합의 없이 매수자가 매물을 선점하기 위해 가계약금만 보냈다면 계약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돼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주택은 원칙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소유권 이전 전까지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잔금 납부일이 계약을 맺은 후 약 2, 3개월 내여야 한다. 세입자의 묵시적 갱신이 없다는 점도 소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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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50%로 줄어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규정도 적용받는다. 현재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 외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없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