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미역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 건 오랜 우리 관습이고, 생일 때 먹는 미역국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음식이다. 삼칠일(21일)이나 백일에 미역국을 끓여 아이를 점지해 준 삼신에게 바치는 풍속도 있다. 삼신상에 차린 밥과 미역국은 산모가 먹게 했다. 이는 미역이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고려도경’(1123년), 고려시대를 다룬 조선의 사서인 ‘고려사’(1454년) 등의 문헌은 고려인이 미역을 먹었다는 내용을 전한다. 명나라의 약학서 ‘본초강목’(1590년)도 ‘고려 사람들은 미역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19세기 초)에서는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다가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혀 배 안에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온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고래의 배 속에 미역이 가득 붙어 있고, 나쁜 피를 미역이 정화해 물로 변해 있었다. 고래 배 안에서 빠져나온 후 미역이 산후조리에 효험이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고 했다. 이야기의 진위를 떠나서 오래전부터 미역을 산후조리 음식으로 먹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역에는 철분과 아이오딘 성분이 많아서 혈액 생성과 순환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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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전남 진도 등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암반에서 생장한 돌미역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오래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 산모용으로 인기가 높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제주도 해녀들은 뭍 해안으로 돌미역을 채취하러 왔다가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반도 어촌 곳곳에 자리 잡은 해녀가 제주도에서 물질하는 해녀보다 많다. 제주 해녀를 육지로 불러낸 건 미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역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해조류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