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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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지난 9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세상을 흔들었다. 2016년 3월 구글 AI 알파고가 ‘인류 대표’로 나섰던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물리치며 AI의 강력한 위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고,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일반인들을 AI의 구경꾼에서 실질적인 사용자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2024년 12월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AI는 더 이상 고가의 전문 기술이 아닌, 누구나 쉽게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첫 번째 충격 후 6년 8개월 만에 두 번째 충격이, 그로부터 2년 1개월 만에 세 번째 충격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가속도를 내는 이 시대에서 다음 충격은 올해 안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나타날 변화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징후는 AI 발전을 제약하던 규제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이 AI 기술을 지배하던 구조가 깨졌다. AI 규제의 선봉장이었던 유럽연합(EU)은 기술 개발로 방향을 바꿨고,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 AI 기술 개발을 규제로 묶으려는 시대는 끝났다. 모든 국가가 모든 분야에서, 그리고 모든 방향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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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변화는 AI 덕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응용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기업인들이 독점하던 우주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 시장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나이를 거슬러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바이오 산업,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에너지 산업에서도 새 기회가 열릴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하고 중국의 마윈은 알리바바를 세우며 글로벌 IT 시장에 등장했다. 두 창업자를 중심으로 미중이 주도한 닷컴 붐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많은 젊은이가 은행이나 증권사, 컨설팅 회사를 떠나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중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살아남은 네이버, 카카오 등은 지금 한국 IT 산업을 이끌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25년 전 닷컴 붐과 유사하다. 미국의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그에게 도전장을 낸 중국의 량원평 딥시크 CEO 모두 1985년생이다. 한국에도 2000년대 닷컴 붐과 같은 격변의 시기가 2025년 오늘 ‘AI 창업 붐’이라는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 판에 일찍 뛰어들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창업자들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창업의 성공은 방향보다는 타이밍과 속도에 달려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