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갈승은 atg1012@donga.com
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
나는 요양병원에서 김 부장님을 알게 됐다. 그는 내 어머니와 같은 병실에 계신 어르신 한 분의 보호자였다. 처음에는 싸 온 간식을 조금씩 나누는 정도였다가 어느덧 긴 얘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퇴직자라는 공통점이 마음의 거리를 좁힌 듯했다. 한참 만에 털어놓는 그의 속사정은 이러했다.
김 부장님은 오랜 기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3년 전 희망퇴직을 했다.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터라 신입사원 시절부터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퇴직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는 퇴직 후 곧바로 작은 공장의 관리부장 자리를 얻어 새 삶을 꿈꿀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광고 로드중
언젠가 퇴직자의 상당수가 재취업을 희망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퇴직자들의 바람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퇴직자들을 받아주는 곳은 사무직보다는 단순 노동직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숱한 문제와 어려움이 발생한다. 만약 지금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점검해 보시길 바란다.
첫째, 새 직장의 환경을 파악하자. 김 부장님처럼 낯선 현장직으로 옮기는 경우는 더 유의해야 한다. 현장은 돌발 변수가 많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다. 숙련도가 낮은데 이런 곳에서 일할 경우 잘못하다간 큰 화를 부르게 된다. 따라서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안전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내가 알고 조심하는 태도만큼 확실한 안전장치는 없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자신의 건강 상황을 체크하자. 퇴직 후 재취업을 고려할 때 놓치면 안 되는 요소가 본인의 신체적인 상태다.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면 보다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절대 건강을 과신해 무리해서는 안 된다. 퇴직 후에는 나이가 들어 몸도 예전 같지 않고 다쳤을 때의 회복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내 컨디션이 향후 하게 될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준비가 안 됐다면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는 노력이 급선무다. 건강을 담보로 한 성공은 있을 수 없다.
셋째,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자. 퇴직한 가장의 행보는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퇴직자 입장에서도 현직 때보다 사회적 관계망이 줄어든 만큼 가족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김 부장님처럼 재취업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취업 전에 자신이 왜 재취업을 하려 하는지, 가족들이 이에 대해 우려를 하지는 않는지 등에 관해 세세히 의논해야 한다. 퇴직자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자칫 생각이 매몰되기 쉽다. 이때 가족들은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가족이 만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광고 로드중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오래 벌지’에 집중하기에 앞서 ‘얼마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을지를 신중히 판단하자. 우리는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산 사람들이지 않은가. 우리의 몸은 잠시 쓰다 버릴 일회용이 아니다. 오늘 나를 돌보지 않으면 내일의 나도 없다. 퇴직자의 제1의 자산은 현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건강한 나 자신’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