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산악자전거(MTB)였다. 이윤재 씨(42)는 취업 준비를 하던 2010년 MTB를 타기 시작했다. MTB를 타고 동네 뒷산을 한두 시간 오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집중도 잘 됐다. 이듬해 취업한 뒤엔 회사 사이클동호회에 가입해 로드사이클을 탔다.
이윤재 씨가 로드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2010년 산악자전거(MTB)를 타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는 2011년부터는 로드사이클로 바꿔 출퇴근도 하면서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윤재 씨 제공.
MTB는 임도를 달리거나, 산속의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며 스릴을 만끽한다면, 사이클은 도로에서 속도감을 즐긴다. 이 씨는 “MTB도 좋지만 사이클이 내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주로 주말에 탔고, 집(인천 부평구)에서 회사(서울 서초구)까지 출퇴근할 때 타기도 했다. 편도 약 50km로 주 2~3회 정도 사이클로 출퇴근했다. 그는 “집에서 굴포천을 따라 아라뱃길로 나가 한강을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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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씨가 밝은 표정으로 사이클을 타고 서울 용산구 후암동 남산도서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1년부터 사이클을 탄 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에서 출발해 중랑천과 한강변을 질주한 뒤 남산을 넘어 후암동 카페로 출근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회사 다니면서 친구랑 부업도 했었다.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에 숙소(객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는 바람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바로 접었다. 그다음 시작한 게 친구 장인이 생산하는 액젓을 새롭게 브랜딩해서 파는 사업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성과는 좋았다. 2021년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집중했다. 집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울 업힐(오르막) 라이딩 명소인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사업이 그나마 잘 됐지만 쉽지만은 않았죠. 저희가 전북 부안에 내려가 젓갈을 담아서 포장까지 해야 했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럴 때 저는 사이클 타고 주로 남산을 올랐어요.”
이윤재 씨가 로드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윤재 씨 제공.
사이클 업힐 라이딩은 코어 근육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사이클이 유산소운동으로 알려졌지만 근육단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이클을 타다 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야 하는데 오르막을 오를 땐 하체와 복근, 상체 등 전신의 근육을 단련시킨다. 이런 이유로 라이더들은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 등 2~3km를 계속 오르는 업힐 라이딩을 즐긴다. 전국, 특히 경기 강원 쪽에 업힐 라이딩 유명 코스가 많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사이클을 타고난 뒤 허리 부근 근육이 좋아져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례도 많다. 특히 사이클 등 자전거는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유산소 무산소 운동이 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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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씨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 ‘카페 유어 페이스’ 앞에서 사이클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2011년부터 사이클을 탄 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집에서 출발해 중랑천과 한강변을 질주한 뒤 남산을 넘어 후암동 카페로 출근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제가 좀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어요. 대학 다닐 때부터 저의 의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도 사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 돼 있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사는 게 재미가 없어졌죠. 뭐 어떤 일을 하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좀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찾아보고 싶었죠.”
자신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사이클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클 명소 남산에 ‘카페 유어 페이스’란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클을 타거나, 달리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차 한잔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윤재 씨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 ‘카페 유어 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씨는 한때 너무 바빠 사이클 탈 시간이 없어 짬을 내 달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뒀다. 그는 “사이클은 아무리 타도 무릎에 이상이 없었다. 평생 스포츠를 꼽자면 사이클 타기가 최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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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km 라이딩하면서 찍은 사진. 이윤재 씨 제공.
“죽기 살기로 사이클을 타는 게 아니라 경치를 감상하며 좋은 곳까지 가서 맛난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오는 동호회입니다. 사이클은 단순한 운동 도구가 아닙니다. 사이클 하나로 운동과 여행, 맛집 탐방을 한 번에 할 수 있죠. 너무 좋지 않나요?”
이윤재 씨(오른쪽)가 사이클동호회 ‘뚜낭’ 회원들과 라이딩하다 포즈를 취했다. 이윤재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