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프로배구 팬이라면 땅을 칠 법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우승이라 부르지 못하는 V리그의 이야기다.
2024~2025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1위를 한 현대캐피탈. KOVO 제공.
그러나 이는 스포츠팬들의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별도로 치르는 프로농구, 여자프로농구의 경우 챔프전 결과와 별개로 정규리그 우승을 인정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한국시리즈와 별개로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표현을 쓴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석권을 통합우승이라 부르는 이유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우승이 엄연히 다르다는 반증이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지난시즌 V리그 최초로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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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 을 한 현대캐피탈. KOVO 제공.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규리그 위상 제고’라는 연맹의 취지와 달리 자칫 정규리그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팀의 모 선수는 “챔프전 우승도 중요하지만 한 시즌 동안 정규리그 36경기 레이스를 통해 일궈낸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1위라고 표현하지만 선수들끼린 사실상 우승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게 당연하듯, 더 늦기 전에 ‘정규리그 우승을 우승이라 부르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