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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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중에서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경우 생존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 10여 년 전부터 확인됐다. 암세포의 전이(암 세포가 원래 종양이 발생한 부위에서 다른 기관으로 퍼지는 현상)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 덕이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어떻게 암 전이를 예방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스피린이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일부 암의 전이를 줄이는 메커니즘을 과학자들이 발견해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연구진은 암이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더라도, 암 사망의 90%는 암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될 때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 전이 과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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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은 혈소판의 작용을 방해하고, T세포에 대한 혈소판의 영향을 제거하여 T세포가 암세포를 사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에서 이를 우연히 발견했다.
연구진은 유방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대장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이 발생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아스피린을 투여하고, 대조군엔 처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스피린을 투여한 생쥐의 경우 폐나 간과 같은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에서 염증 관련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1’을 억제하고 트롬복산A2(TXA2) 생성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피린이 TXA2를 감소시키자 T세포가 활성화 돼 암 세포가 퍼지는 것을 막는 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를 수행한 양지에(Jie Yang) 박사는 “TAX2가 T세포 억제를 활성화하는 분자 신호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가 ‘유레카 순간’이었다”며 “이 발견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연구의 방향을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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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약이 암을 초기에 발견한 경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며 수술과 같은 치료 후 암세포가 이미 퍼졌을 위험이 있을 때 면역 체계가 이를 찾아내도록 돕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퀸 메리 런던 대학교의 외과 의사이자 암 연구자인 망게시 토랏 교수는 “암 환자라면 아스피린을 복용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아스피린을 구입하기보다는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할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BBC를 통해 조언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그는 이번 연구가 아스피린의 작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제공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질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스피린은 내부 출혈이나 뇌졸중과 같은 위험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아스피린의 전이 억제 효과가 모든 암 종에서 작용하는 지, 아니면 특정 암에만 효과가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지 임상시험을 통해 추가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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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케임브리지대 의대, 바브라함 연구소,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웰컴 생어 연구소, 이탈리아 키에티·페스카라 단눈치오대 고등기술연구센터(CAST), IRCCS 후마니타스 연구병원, 대만국립대 의대, 프랑스 릴대 병원 공동으로 수행했다.
(BBC,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관련기사 참조)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