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눈길 청소년 17.7%가 스마트폰 과의존… 미국-유럽 등 사용 제한 입법 실시 전두엽 발달 과정서 지나친 자극… 충동조절 능력-인지 능력 떨어져 정책적 조치로 사용 규제 나서야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스마트 기기 및 SNS 중독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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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초등학생의 스마트 기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등학생들이 교육이나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나온 대책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4만9317명 중 22만1029명(17.7%)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서 의원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스마트 기기 및 SNS 중독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해 해결 방안 등이 논의됐다.
● 청소년 인터넷 이용시간 3년 새 1.8배 증가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8시간(479.6분)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8배 증가했다. 초등학교 4∼6학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 동안 인터넷을 사용했다. 2019년 2시간 40분에서 크게 늘었다. 인터넷 이용시간 증가는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메신저를 수시로 이용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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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이용량이 증가한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게임(24.3%), 미디어(17.4%), 메신저(10.3%), SNS(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청소년기 뇌 계속 발달, 과도한 게임은 악영향”
뇌는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20대에도 계속 발달한다. 후두엽(시각정보처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전두엽(고차원 사고, 자기 조절)으로 확산된다. 전두엽은 25세까지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자기 조절이나 충동 조절, 계획적 사고 능력 등이 완전하게 성숙되지 않는다. 또 청소년기는 도파민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또래 집단에서 자신들의 의견 등이 수용되는 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원하는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는 중독에 매우 취약한 시기다. 게임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에 취약한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장)도 “스마트폰 중독은 종종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과 학습, 기억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중독,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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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이른바 ‘소쿠리(바구니)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쿠리 캠페인은 오후 11시엔 무조건 집에 있는 소쿠리 안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집어넣고 그 다음 날까지 절대 꺼내지 말자는 취지다. 신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가 모여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