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색이 아름다운 참외 모양 고려청자 두 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몸통에 꽃이 그려진 것을 제외하면 두 청자는 크기도, 세로로 난 골도, 벌어진 입구도 비슷하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청자 참외 모양 병’과 ‘청자 상감 모란·국화무늬 참외모양 병’이다. 그런데 고려 인종의 장릉(長陵)에서 출토된 청자 참외 모양 병이 더 단정하고 온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양석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일체형보다 만들기 까다로운 대신 하중을 덜 받아 병의 어깨 곡선이 훨씬 자연스럽다”며 “내부 단면까지 꽃 모양인 것은 오늘날 도예가도 따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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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화 백자 진사 투각 학모양 사각연적’에는 ‘卍’자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그런데도 물을 담으면 새지 않는다. 내부에 숨은 이중 구조 때문이다. CT로 분석한 결과, 연적 안에 최대 0.06L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집 모양 내기(內器)가 있다. 지붕으로 들어간 액체가 집 아래쪽 연결된 수도를 따라 기둥으로 흘러 나오는 놀라운 구조다.
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건칠관음보살좌상’은 높이가 높이 50.6cm로 현존하는 국내 불상 가운데 가장 작다. 이 불상 역시 CT로 촬영했더니 제작 기법의 정교함이 드러났다. 칠포(漆布·옻칠을 한 헝겊)층이 최대 9겹에 이르지만, 총 두께는 2~5mm에 불과했다. 곽홍인 학예연구관은 “이런 제작 방식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육안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모조품과 구별할 수 있다”며 “파편만 남은 도자기, 유리 유물은 기공을 분석해 소성(燒成) 온도 등 제작 방식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악박물관은 10월 ‘원통형 CT 장비’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장비보다 가로·세로 길이가 2배가량 길어 목관 등 긴네모꼴 대형 유물도 촬영할 수 있다. 목재 문화유산의 나이테 분석도 가능하다. 박학수 학예연구관은 “문헌상 조성 시기가 이미 알려진 목재 유물을 기준점으로 절대 연대기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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