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양이 사망한 대전 초등학교에 분향소가 마련돼 사건 3일째인 12일 오후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진단서 있으면 복직 막을 수 없는 현실
대전 초등학교의 가해 교사는 과거에도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가나 질병 휴직을 여러 차례 냈고, 이번에는 우울증으로 6개월 휴직계를 낸 지 21일 만인 지난해 12월 30일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고 복직했다. 그는 이달 4일 개학 날부터 학교 컴퓨터를 파손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고, 사건 당일에는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 난다며 피해 학생을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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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는 의료계에서도 환자가 진단서를 제출하는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학교에서도 판단할 수 있도록 보다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가해 교사가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질병 휴직을 내며 학교에 제출했던 진단서에는 “5년 전부터 우울증 재발과 악화 탓에 치료를 받았고 9월부터 급격히 악화돼 최소 6개월 정도의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2월 30일 복직할 때 진단서에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지금은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혔다.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휴직했다가 복직하는 경우 진단서를 갖고 오더라도 교장이 병원이나 가족들에게 치료 과정이나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일정 기간 뒤에 수업을 맡게 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금은 교장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얼마간 지켜보고 수업에 복귀하라고 할 수가 없다”며 “교사 개인도 무리하지 않고 학생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어려움 겪을 때 도움받도록 홍보해야
교육청에서도 반드시 민원이나 감사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요청하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교사가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지를 심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교사의 직무수행 가능 여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의해 교육감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권고하거나 직권으로 휴직 또는 면직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심의위원회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 이후 해당 심의위를 한 번도 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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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주기적으로 교사들의 정신건강 검사를 해서 위험군은 학생을 맡지 않게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개인정보와 인권 차원에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눈을 의식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도 숨기려는 교사가 많다”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 숨기지 않고 도움받아야 하고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계속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