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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충동적이고 투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교묘하고 치밀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의 정책이 다 정교하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는 막무가내식 행동 뒤에 술수를 감추었다가 딜을 유도하기도 하고, 설마 무슨 속셈이 있겠지라는 기대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트럼프의 협박 대상이 되는 나라는 바로 맞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주도권을 양보하게 된다. 트럼프의 억지에 굴복하는 척 모양새를 갖춰 주기도 한다. 내가 힘이 있으니 기울어진 힘의 차이, 힘이 주는 위협을 100% 이용하겠다는 방식이 신사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신사가 되라고 충고할 사람도 없고, 그런 말을 해봤자 트럼프는 자기는 신사가 아니라고 받아칠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강의 예측은 가능했던 정책도 많다. 하지만 가자지구를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돌출 발언은 속셈을 모르겠다. ‘두 국가 해법’을 포기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자는 방안은 이미 이스라엘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저토록 과격하게 행동한 이유도 단순히 테러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회만 노리던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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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진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장기적인 공존이 가능할까? 언젠가 두 민족이 화해할 수 있을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모두가 외면하는 질문이다. 트럼프의 노림수가 이것일 수도 있다. “원칙 뒤에 숨지 말고 대안을 내놓아 보라.” 인류의 양심과 지혜가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