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2.2% 줄어 3년째 뒷걸음 반도체 등 생산-투자 호조 보였지만 미국發 관세 폭풍에 올해는 비상등
지난해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뒷걸음질쳤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 지표는 그나마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발(發) ‘관세 폭풍’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생산과 투자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 소비 3년째 감소, 역대 최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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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지표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효과에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 그나마 버텼던 생산·투자, 올해 전망은 ‘우울’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보다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全)산업생산은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됐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줄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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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