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비교 우위 따른 시간 배분 필요 리더는 다른 사람이 못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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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은 자꾸만 늘어난다. 많은 리더들이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과중한 업무로 제풀에 지친 리더들은 퇴사를 선택한다.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A G 래플리 전 P&G 최고경영자(CEO)와 로저 L 마틴 전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장은 19세기 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창한 비교 우위론을 리더들의 업무 방식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우위론은 한 국가가 무역 상대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또는 서비스)을 수출해야 한다는 국제무역 이론이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아까운 시간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조직 내 다른 사람이 잘할 수 없는 일, 전혀 할 수 없는 일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래플리는 2000년 위기에 처한 P&G의 CEO로 부임해 회사를 성장세로 전환시켰고 2013년 다시 CEO를 맡아 P&G의 혁신을 이끌었다. 마틴은 1998년 처음 대학원장을 맡아 ‘부실 경영대학원’이라는 조롱을 받던 로트먼경영대학원을 세계적인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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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더 잘하는 업무는 과감히 제거
첫째,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지 않은 모든 업무를 제거한다. 두 번째로 P&G CEO 임기를 시작한 래플리는 과거 첫 번째 임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후임자가 부임한 후 회사에 성장의 추진력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했다. 일반적으로 주요 투자자 관리는 CEO의 업무로 간주된다. 하지만 래플리는 존 몰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와 소통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몰러에게 투자자 관리를 맡겼고 래플리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몰러 또한 나중에 CEO가 됐을 때 도움이 될 중요한 경험을 쌓았다.
둘째, 자신에게 비교 우위가 약간 있는 업무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한다. 마틴 전 대학원장의 경우 재무 관리가 이런 범주의 업무에 속했다. 전임자들은 이 일에 1년에 약 50일을 할애했다. 마틴은 이 분야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있었고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견해도 있었다. 동시에 그의 곁에는 뛰어난 역량의 최고관리책임자(CAO)인 메리엘렌 요먼스도 있었다. 마틴은 요먼스와 협력해 재무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을 1년에 5일로 단축했다. 요먼스는 처음에 충격을 받았다. 대학원장이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마틴은 요먼스가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원장으로 부임한 첫 6개월 동안 요먼스를 지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썼지만 단 한 번도 목표였던 5일 이상은 쓰지 않았다.
●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시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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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신만 할 수 있는 업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라. 때때로 리더는 조직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유일한 구성원일 때가 있다. 마틴 전 대학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학교 바깥에서 로트먼의 학문적 위상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학계에서, 즉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학문적 위상을 쌓는 것에 경쟁 우위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을 구축하고 동시에 대중적인 책과 글을 쓸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미래 리더십을 육성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개별 교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이 로트먼의 성공에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매년 한 번씩 교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 이전 대학원장 시절에는 없던 관행이었다. 덕분에 교수진의 이직률과 불만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더들은 결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뛰어난 리더들은 항상 과도하게 바쁘며 시간을 할애하라는 더 많은 요구가 끊임없이 밀려든다. 그렇다고 업무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비교 우위의 네 가지 원칙을 활용해 달력에서 일부 업무를 덜어내고 진짜 중요한 업무를 집중 처리해야 한다. 이런 리더가 조직의 경쟁력을 키우고 본인도 번영할 것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