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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 하얀 눈이 사라진 건, 세찬 바닷바람에 날려갔기 때문.
높은 하늘에서 분명 제 짝을 얻은 듯, 사흘 밤을 둥지로 돌아오질 않네.
푸른 하늘 구름 너머로 사라진 울음소리, 밝은 달 속으로 가라앉은 그림자.
내 관사에서 이후로는, 그 누가 이 백발노인의 벗이 되려나.
(失為庭前雪, 飛因海上風. 九霄應得侶, 三夜不歸籠.
聲斷碧雲外, 影沉明月中. 郡齋從此後, 誰伴白頭翁.)
―‘잃어버린 학(실학·失鶴)’ 백거이(白居易·772∼846)
시인의 객지살이 반려가 홀연 사라졌다. 세찬 바람에 백설이 날려가듯 정원 앞에 둥지를 틀었던 학이 종적을 감춘 것이다. 새하얀 날개와 우뚝 선 다리, 재잘대는 법 없이 다문다문 토해내는 카랑카랑한 울음소리, 그리고 수선스럽지 않은 몸짓. 학의 이런 모습에서 옛 선비들은 고고한 군자의 기품을 떠올렸고 흔쾌히 저들의 동반자를 자처했다. 한데 어느 겨울 갑작스레 변고가 닥친다. 울음소리도, 그림자도 하늘 저 멀리 사라지더니 사흘이 지나도록 학이 돌아오지 않는다. 푸른 하늘 어딘가에서 짝이라도 찾았다면 귀환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테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구름과 달 저 너머 제 본향으로 회귀했으려니 자위할 수도 있으련만, 반려를 잃은 슬픔에 시인은 자못 가슴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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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