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호남갈비의 돼지갈비. 새우, 문어숙회, 도라지 등 입맛을 돕는 찬들이 함께 나온다. 김도언 소설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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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명제에 나는 적잖은 한국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자랑스레 내세울 만한 갈비집이 없는 도시는 외롭고 적막하다’고. 한국 사람들에게 갈비는 풍요와 여유를 상징하는 문화자본이다. 국민의 생활 수준이 어지간히 올라간 지금도 갈비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매우 특별한 먹거리로 인정받는다. 갈비는 졸깃한 식감에서 오는 ‘씹는 맛’이 일품인데, 정육 과정이 까다로운 특수한 부위로서 가격도 불고기용이나 국거리, 장조림용 부위보다 비싸서 사람들은 갈비를 귀한 날, 귀한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으로 여겼다.
김도언 소설가
‘호남갈비’는 여수 사람들이 내심 자랑할 만한 오랜 갈비집이다. 다시 말하면 여수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에게도 그럴듯한 갈비집이 있다고 자긍하게 하는 집이다. 1973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지금은 3대 젊은 사장님이 운영 중이다. 이미 맛과 정성으로 소문이 나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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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인구는 현재 27만 명 선이다. 이 중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호남갈비의 문지방을 넘어 보았을까 상상해 본다. 50년 이상이나 호남갈비는 이곳 사람들의 ‘갈비집’ 구실을 했다. 가만 보면 갈비는 허물없는 가족과 친구, 혹은 오랜 지인들과 먹기에 맞춤한 음식이다. 먹는 방식이 꽤 왁자해서 손바닥에 쌈을 펼쳐놓고 먹성대로 재료를 올리거나 갈빗대를 집어들고 씹어야 하기 때문이다. 데면데면한 사람끼리 갈비집에 마주 앉는다면 거북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갈비는 그러니까 자신의 원초적인 먹성을 상대방에게 노출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갈비를 함께 먹은 사람과는 경계와 거리가 허물어진다는 말일 수 있겠다.
여수는 그런 허물없는 갈비집 하나를 가지고 있어 절대로 적막하고 외로운 도시가 아니다. 아름다운 밤바다는 덤이고.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