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F’(감정)에는 F로 답해야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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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성격이 좋은 사람들이다. 성격이 좋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 속에서 그냥 내 마음을 좀 편안하게 유지하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성격 좋은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 또한 어떻게 성격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렇게 설명하면 많이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라는 말로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 중에는 빨리 반응해줘야 할 것이 있고, 들어줘야 하는 것이 있는 반면 못 들어주는 것도 있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들어줘선 안 된다. 하지만 이때 못 들어주더라도 감정적인 신호는 잘 다뤄줘야 한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대상에게서 못 들어준다는 대답을 들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좀 서운하다. 기분도 좋지 않다. 그 감정을 잘 다뤄줘야 성격 좋은 아이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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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의 성격이 완전히 다를 때, 부모가 아이의 감정적인 신호에 반응해주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만약 아이는 소심하고 눈치를 보고 친구에 연연하는 성격이라고 해보자. 부모는 정반대로 그다지 외로움도 타지 않고 남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어느 날 아이가 부모에게 “엄마, 나 학교에서 좀 외로운 것 같아”라고 말한다. 부모는 대뜸 “누가 너 괴롭혀?”라고 묻는다. 아이가 “아니, 괴롭히는 것은 아닌데, 친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아”라고 답한다. 부모는 금세 “에이,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라고 해버린다. 아이가 보내는 감정적인 신호에 반응을 잘 안 해준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성격이 달라도 ‘아, 얘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것 보니, 얘한테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가 보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성격대로 쉽게 조언할 것이 아니라 “너에게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의 존재가 중요하구나”라는 식으로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며 대화해 나가야 한다. 아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친구가 없는 것 같아?”라고 다시 묻는다. 아이가 그런 것 같다고 하면 “작년에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라고도 물어본다. 작년에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고 하면 그 아이하고 지금은 어떤지도 묻는다. “만나면 반갑지만 다른 반이라…”라고 하면 “그래도 걔가 있어서 다행이네. 같은 반이 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으니…. 그런데 걔하고는 어떻게 친해졌어?”라고도 물어준다. 아이가 대답을 하면 “이번에도 좀 기다려봐. 주변에 누가 너랑 잘 맞을지도 생각해보고 좀 잘 해줘도 봐”라고 해준다. 이것이 아이가 보낸 신호에, 아이가 느끼는 힘듦의 무게에 알맞게 반응해준 것이다.
아이가 “엄마도 그랬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면 “엄마는 너를 사랑하지만, 엄마랑 너는 다른 사람이니까. 엄마는 그럴 때 너처럼 힘들지는 않았어. 하지만 네가 이런 것을 힘들어한다고 해서 약한 사람은 아니야. 이런 건 사람마다 좀 다르거든” 하고 일러줘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지면 그 사람을 안 만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가깝고 의미 있고 중요한 관계는 기분이 나빠지면 그것만으로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비위를 맞추고, 뭐든 들어주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감정적인 신호를 보내면 무시하거나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거나 없는 것처럼 대하거나, 상황을 설명해서 지나치게 빨리 설득해 납득시키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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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