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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온화한 중재자인 척할 수 없고 객관적 거리를 확보한 관찰자일 수 없다.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무언가를 걸게 만드는 것.”
―이장욱 ‘영혼의 물질적인 밤’ 중
김준현 소설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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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남의 일의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한파 속에서 아기 띠를 동여매고 광장으로 나서 구호를 외치는 것도, 작년 연말 공항에서 일어난 마음 아픈 참사로 전국 스무 곳 넘게 설치된 분향소에 시민들이 바쁜 일 제쳐두고 발걸음하는 것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마음 때문이다.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앞에서 침묵을 이겨내고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쓰는 데 진심인 사람은 남과 나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든 허물어보려는 마음에 기댄다. 그 마음에 감응하면서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읽고 쓰는 사람에게 한 글자 한 글자는 한 걸음 한 걸음이다. 삶과 문학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 순간은 영혼이 물성으로 환원되는 순간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의 무언가를 걸게 만드는 일이다.
김준현 소설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