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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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사람은 안 가고, 올 사람도 안 온다.”
요즘 주중 한국대사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으로 대사 교체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재외공관장 인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중 대사처럼 직업 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이 파견되는 곳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무 동력 잃은 ‘對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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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 대사는 계엄 여파로 지난해 12월 10일 예정했던 공식 이임식을 취소했다. 다만 베이징 교민사회나 기업인들, 그리고 외교가에서 이임 인사는 이미 마쳤다. 정 대사 본인 역시 서울대 교수 복귀 등을 위해 귀임을 희망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정 대사는 사실상 ‘억지로’ 베이징에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 대사가 직원 갑질 논란과 대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야권의 비판 등으로 대사관 안팎에서 신임을 많이 잃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더 답답하다는 말이 나온다.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도 우려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 대사는 당초 귀국 날짜로 알려졌던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한인 대상 행사를 제외한 대외 일정이 1건도 없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일본 등 7개국 주중 대사 만찬을 주최한 걸 포함해 8건의 행사를 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초부터 베이징 외교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정 대사가 한국을 대표해 다른 나라 외교 당국자를 마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대사 후임으로 주중 대사에 지명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부임은 상황이 더 요원하다. 주중 대사는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특임공관장 자리다.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까지 된 상황에서 그가 부임해도 업무 추진 동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사관 내부에서는 “이럴 바엔 정 대사를 귀임시키고, 대사대리 체제로 가는 게 업무 효율이나 추진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대사대리 체제를 승인해 줘야 할 외교부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측이 혼란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이마저도 주저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해석이다.
기민한 중국-미국 움직임과 비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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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임기를 마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대신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시대리대사로 파견했다. 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감안해 대사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안에서는 탄핵 정국,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같은 ‘급변 상황’에 놓인 한국도 지금부터라도 외교에서만큼은 더 치밀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