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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전격적으로 경찰에 출석하고, 사직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닷새 전만 해도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신명을 바칠 것”이라며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그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도 박 전 처장 출석 직후 “처장 복귀 시까지 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고 공지했다. 그가 돌아올 것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대치 와중에 경호처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세간에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은 두 차례 출석을 거부했던 박 전 처장이 왜 갑자기 사표를 낸 뒤 경찰에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뭔가 계산된 행보라고 보는 이들은 박 전 처장을 먼저 체포한 뒤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나서려는 공수처와 경찰의 계획을 흔들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한다. 반면 세 번째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면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이 유력한 상황에서 체포를 피하고 경호처장으로서의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11일에도 경찰에 출석한 뒤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경호처 내의 ‘강경파’에 박 전 처장이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에선 “경호처에도 김건희 여사의 총애를 받는 한남동 십상시가 있다” “김용현·김성훈·이광우는 한 몸”이라며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한다. 공채 출신인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근접 보좌해 왔다. 반면 박 전 처장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정도 처장으로 재직해 왔을 뿐이다. 8일 윤 대통령이 관저를 둘러봤을 때도 두 사람이 박 전 처장보다 먼저 알고 경호관을 배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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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호 대상의 그림자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경호처는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를 처훈(處訓)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충성의 대상인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피의자가 된 데다 핵심 간부들이 누구 라인이네 하는 등의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경호처 직원들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경호처 직원들을 ‘사병’처럼 이용해 버티는 윤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