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밤 서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1.10/뉴스1 ⓒ News1
● ‘협상파’ 박 전 처장 “수사 성실히 협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박 전 처장을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로 불러 14시간 가량 조사했다. 전날 13시간 넘는 조사에 이어 이틀 연속 ‘마라톤조사’에 나선 것. 박 전 차장은 11일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관의 수사에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고 임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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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 전 처장의 협조로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를 바탕으로 경호처 방어조 내부 동향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 전 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비판적이면서도 영장 집행 시 물리적 충돌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박 전 처장보다는 김 차장 등 이른바 ‘김건희 라인’을 더 신뢰하는 상황에서 ‘할만큼 했다’고 판단한 박 전 처장이 출구전략을 시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호처 내부에선 박 전 처장이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 대신 이진하 본부장과 가까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이 경호처장인 자신을 ‘패싱’하자 박 전 처장이 더 이상 경호처 대응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중화기 무장’ 지시에 거센 내부 반발
김 차장이 처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경호처의 체포영장 저지 태세는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경찰 출석 전 비폭력 원칙, 조사관 진입 허용, 대통령 체포 시 경호 차량 이동 등을 지시했지만 사직 이후 김 차장은 전임 처장의 지시를 모두 취소하고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의원은 “금일 경호처 과·부장단 회의에서 경호차장과 경호본부장에 대해 사퇴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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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본 내부에서도 경호처 내부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기대섞인 반응이 나온다. 특수단은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달 4, 8일 출석 불응에 이어 김 차장이 11일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조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특수단은 김 차장 등과 함께 경호처 내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는 김신 가족부장에 대해서도 14일 오전 10시까지 경찰로 나와 조사 받을 것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공조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에 나설 때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고위 간부들을 먼저 체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호처 직원들을 체포하면서 저지선을 무력화한 뒤 관저 내부로 진입해 윤 대통령의 신변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