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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견 탈락한 구조견, 대만 지진 영웅으로

입력 | 2024-04-11 03:00:00

리트리버종 ‘로저’ 수색 잇단 활약
활동적인 성향이 되레 전화위복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낙석 더미에서 희생자를 수색 중인 로저. 결국 희생자를 찾아내 대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진 출처 천치마이 가오슝시장 페이스북


“로저는 대만의 자존심이다.”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에서 수색구조견 ‘로저’가 대만의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고 중앙통신, 쯔유시보 등이 9일 보도했다.

가오슝 당국은 지진으로 실종되거나 숨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로저를 포함해 총 4마리의 수색구조견을 투입했다. 여덟 살 난 로저는 남부 가오슝 내 실종자와 희생자가 많았던 타로코 협곡 일대 낙석 더미 속에서 21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은 페이스북에 “로저가 바위 더미를 수색하던 중 특정 지점에서 멈춰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구조 요원이 희생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고 호평했다.

연한 갈색의 래브라도리트리버인 로저는 당초 관세청의 마약탐지견으로 키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활동적이고 발랄한 성향을 지녀 차분함이 요구되는 마약탐지견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2017년 받았다. 이후 구조훈련 센터로 옮겨진 뒤 훈련 끝에 수색구조견으로 거듭났다. 2018년 가오슝 일대를 강타한 규모 6.4의 지진 등을 포함해 7번의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가오슝 소방서 구조견 부대의 천즈싼 대장은 미 CNN방송에 “마약탐지견은 지나치게 활달하거나 독립적이어선 안 되는데, 우리가 수색구조견에게 원하는 속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는 이번 수색 현장에서도 기자가 구조대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내민 마이크를 깨무는 등 특유의 성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최근 천 시장이 준 장난감 선물을 곧바로 물어뜯어버린 사진도 퍼져 대만 국민들에게 잠시 웃음을 선사했다.

시 당국이 공개한 로저와 다른 수색구조견 사진에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털북숭이” “영웅 로저에게 더 많은 간식을 선물하라”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