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배도자기과학감정원 제공
고배도자기과학감정원(원장 정세운, 이하 감정원)이 중국 당나라 유명 시인 ‘두보(杜甫,712∼770AD)’의 ‘등루’시 유묵이 한국에서 최근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배도자기과학감정원은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을 병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감정원이다.
감정원 측에 따르면 두보의 글씨는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박물관에도 한 점도 없어 이 유묵(백분지. 44cmX 93cm)은 세계적인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두보의 시 등루(登樓)는 한국 국문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며, 글씨는 7언 8행 56자를 행서(行書)로 썼다. 한 장의 종이에 3줄로 썼으며 글씨는 일부 박락(剝落)이 심해도 묵색이 잘 남아 있다.
이 유묵은 송·명대 유존하는 종이와 다르게 백분 혹은 백회를 칠해 만든 것으로 박락이 심한 대신 묵색이 잘 보존이 되어 있다. 1973년 신강출토 건흥36년 출토 유물과 같은 백토를 바른 종이를 사용하여 주목되는 것이다.
글씨 고증은 한국역사유적연구원 이재준 고문(전 충북도문화재 위원)이 맡았으며 지난달 발행한 3월호 ‘한유원 학술논문집’에 게재되었다. 이 고문은 중국 고대 유물과 특히 돈황 출토 당송 불경과 불상, 고대 서체를 연구해온 고미술사학자로 그동안 한국에서 국보급인 신라백지묵서대반야경, 북위금동교각상, 백제 금동보살입상, 반가사유상 등을 찾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고문은 두보의 유묵을 연구하면서 고대 중국의 명필들의 글씨들을 비교 분석, 당나라 시기 유행했던 행서체임을 밝혔다.
두보의 ‘등루’는 그 동안 시단과 학계에서 막연히 54세인 764년 만년 작으로만 짐작해 왔다. 그런데 이번 두보 유묵이 한국에서 발견됨으로써 시인이 토번과 전쟁 중이던 20년 전 34세 744년 성도를 유랑하면서 옥루에 올라 감회를 적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때는 두보가 이백을 만나는 시기였으며, 많은 시를 만들 때인 것이다.
이 유목에 나타나는 인장은 총 44개이며, 이 중 확인된 청나라 황제인 건륭의 보물이라 칭하는 인장만 11개로, 그 당시에도 최고의 보물로 여겨졌다고 감정원 측은 전했다.
또한 원로 국문학자인 정광 전 고려대 교수는 이 유목 ‘두보의 등루 시 진적 유묵은 세계적인 보물이며, 역사적인 가치가 현재 발견된 그 어떤 것 보다 더 귀하다’ 며 ‘유묵을 보면 당대 최고의 풍모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