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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가속화땐 日 떠난 외국인 자금 韓 유입 기대

입력 | 2024-03-20 03:00:00

日금리 인상에 엔화 가치 오를 전망
한국 車-선박 수출 반사이익 주목
“완만한 변화… 영향 안 클듯” 의견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이어졌던 엔저(円低) 현상이 끝나면서 국내 경제도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조선업 등이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19일 일본의 금리 인상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엔을 넘기면서 엔화 약세를 보였지만 이는 일본은행이 완화적 금리 인상 기조를 발표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30엔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엔고(円高) 현상이 가속화되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일본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는 4조2000억 달러(약 5618조 원)”라며 “일본의 금리가 오를 경우 자국 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 차이와 엔저 현상을 발판으로 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 자금이 글로벌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 인상이 국내에선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 투자 업계에서는 엔화 강세로 전환되면 일본 증시를 이탈하는 자금이 상당 규모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5월 엔화 강세 시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금이 146억8000만 달러(약 19조6697억 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가운데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부양에 나선 것도 일본을 떠난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증시를 찾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엔저로 인해 가격 경쟁에서 밀렸던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로 엔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일본 수출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경합 관계에 있던 자동차, 기계, 조선 등이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일본 정부가 완만한 정책 전환을 예고하면서 단기적으로 국내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정책금리 변화가 내수 경제까지 파급되기 전까지 엔화 강세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7∼12월)는 돼야 엔화 강세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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