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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얻은 쌍둥이, 남편까지 전부 잃었다”…가자지구 여성의 절규

입력 | 2024-03-04 16:31:00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쌍둥이를 잃은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여성이 생후 5개월 된 쌍둥이와 남편까지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라파에 사는 여성 라니아 아부 안자(29)는 전날 밤 공습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부 안자는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 10여 년 만에 3차례 시험관 시술을 거쳐 쌍둥이 남매를 얻었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은 자신의 이름을 따 딸의 이름을 지을 정도로 몹시 아이들을 아꼈다.

지난 2일 오후 10시경 아부 안자는 아들 나임에게 모유 수유를 한 뒤 양팔에 각각 나임과 딸 위삼을 안은 채 잠에 들었다. 바로 옆에서 남편도 자고 있었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뒤 단란했던 아부 안자의 가정이 부서졌다. 오후 11시경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이 발생하면서 집이 붕괴했다. 아부 안자의 아이들과 남편, 친인척 11명이 숨졌다. 9명은 잔해에 묻혀 실종됐다. 사망자 중 6명은 어린이, 1명은 임산부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쌍둥이의 시신을 안아 옮기고 있다. 라파=AP/뉴시스

아부 안자는 “비명을 질렀다. 아이들 아빠는 나를 남겨둔 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며 절규했다. 그는 흰색 수의로 싸인 아이들을 껴안은 채 “이제 누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까”라며 울부짖었다.

아부 안자는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누리지 못했다며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이곳에 살고 싶지 않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전쟁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친척인 파루크 아부 안자는 AP통신에 “모두 민간인이었고 대부분 어린이였다”며 “우리 중 무장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과 관련해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현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투원이나 무기를 주거 지역에 배치한 탓에 이 같은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