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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전월세면 어때요, 행복하면 그만이죠

입력 | 2024-03-02 01:40:00

◇즐거운 남의 집/이윤석, 김정민 지음/230쪽·1만6800원·다산북스




86.8%. 2022년 기준 청년세대인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비중이다. 한국의 청년세대들은 웬만해선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1990년대생 건축가인 저자들 역시 소유하고 있는 집이 없는 세입자들이다. 책 부제인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처럼 세입자로 살아가는 저자들이 바라본 청년세대의 주거 현실, 한국 부동산 문화에 대한 비평, 정부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이 위트 있는 문체로 담겨 있다.

청년세대 세입자에게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볼 수 있는 집과 현실의 집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2000년대 유행했던 꽃무늬 문짝의 냉장고와 그것과 똑같은 무늬의 포인트 벽지, 텔레비전을 걸어야 하는 자리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거실 한편의 아트월 등 제한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늘 트렌드를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페인트를 새로 칠하거나 시트지라도 붙여보려 마음먹지만 ‘퇴거 시 원상복구’라는 특약에 곧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나마 오직 집을 투자용으로만 보는 임대인 덕분에 못을 박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큰 안도감이 들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씁쓸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청년 주택정책이 ‘최소’ 기준에 맞춰져 있다면서 이로 인해 청년의 주거 질이 더 낮아진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대부분의 청년 주택은 약 14㎡로, 법에서 정한 최소 주거면적을 겨우 맞추는 규모다. 설문이나 경험을 토대로 설계된 치수가 아니라 가까스로 ‘살 수는 있게’ 설계돼 최소한의 방, 주방, 화장실만 구색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비록 2년간 시한부 거주자 조건이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실에 놓아야 할 텔레비전이나 식탁 대신 식탁을 통해 사랑방처럼 꾸미는 ‘식탁테리어’, 햇살이 들어오는 궤적을 계산해 식물들을 배열하고,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등이다. 비록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큰 행복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저자들의 메시지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