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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사건 수 크게 줄이려면 강력범 DNA 수집 강화해야”

입력 | 2024-01-27 01:40:00

[위클리 리포트] 진화하는 과학수사 기법, 해결 가능해진 미제사건
유전자 DB엔 국내 인구 0.4% 정보뿐
등록 대상 확대하면 범죄예방 효과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DNA 화학분석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DB)에는 약 20만 명의 정보가 저장돼 있다. 한국 인구의 0.4% 수준이다. 살인·강도·강간·약취·유인 등 재범 가능성이 높거나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11개 유형의 범죄군을 채취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상해나 폭행 등은 상습범일 때만 그 대상이 된다. 여기 해당하지 않으면 DNA를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 유의미한 DNA를 확보해도 대조 대상이 없어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원들은 DNA DB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대검 과학수사부 김종식 연구사는 “DNA는 지문처럼 변별력이 있지만 수집 대상을 늘리는 건 ‘빅 브러더’ 논란 때문에 어렵다”라며 “DNA DB 등록 대상을 강력범 초범 등으로 넓히면 미제 사건도 현저히 줄고 그 자체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구 시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다. 수사기관인 대검에 선뜻 연구용으로 자신의 DNA를 제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한철 연구관은 “DNA 식별 연구도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시료를 제공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범죄자 DB를 구축하고, 증거물 분석을 하면서 연구과제 수행을 병행하는 게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인력과 예산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승일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사회 인식과 달리 과학수사는 효율이 높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 요소 없이 과학을 통해 범죄 혐의 등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도입된 수사법”이라며 “그만큼 인력이 정말 부족한데 장비 구매 예산만 배정되기 일쑤다. 기계 관리와 운용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법화학실의 가장 큰 과제는 신종 마약이다. 마약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선영 감정관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국가적 지원과 인력이 부족하다. 신종 마약은 유행이 빠르게 바뀐다는 특성 탓에 연구가 끝날 즈음엔 이미 다른 신종 마약이 판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하나 대검 DNA화학분석과장은 “최근 과학적 증거 확보의 중요성과 활용도는 날로 커지지만 마약, DNA 등 감정 건수의 폭발적 증가로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겸비한 감정관들이 새로운 감정 기법 연구개발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