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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사이 ‘줄타기 외교’로 몸값 올리는 인도

입력 | 2023-12-29 03:00:00

‘서방 제재’ 러 원유 수입 크게 늘려
푸틴, 방러 印외교장관에 감사 표해
美, 中 견제 위해 비판 않고 구애




“인도의 직접적인 도움 덕분에 양국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7일 러시아를 방문한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을 만나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첨단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애’를 받으면서 동시에 서방에서 고립된 러시아와도 협력하는 ‘줄타기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이날까지 닷새간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각각 회담했다. 양측은 무기 공동 생산, 원자력발전소 공동 건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협력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모디 총리의 외교 책사로 최근 인도의 공격적 외교 행보를 주도한 인물이다.

인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와중에 인도가 ‘우회로’ 역할을 해주며 양국 관계가 긴밀해졌다. 27일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 겸 에너지장관은 국영 로시야24 방송에 “최근 원유 수출의 40%가 인도로 갔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대(對)인도 수출량이 거의 없었으나 2년 만에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데에는 인도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인도와 러시아의 이 같은 밀착에도 공개적인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그런 인도를 괜히 자극할 필요가 없다. 6월 모디 총리의 미 국빈 방문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인도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히말라야 국경 및 남중국해를 두고 인도와 중국 간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