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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칸막이 없애고 융합연구원 신설… ‘AI 교수’ 적극 육성할 것”

입력 | 2023-12-21 03:00:00

‘글로컬대학’ 한림대 최양희 총장
교수들 학과 아닌 연구원 소속돼 인문-의료-AI 등 벽 허물고 협업
융합학문 키워가는 혁신 기폭제로… AI 교수, 학생별 특화 교육 설계
신설된 융합과목 가르칠 수 있어… 2032년까지 전체 과목 20% 할당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림대는 글로컬대학 계획서에 당장의 생존이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글로벌 혁신대학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원 춘천 한림대는 교육부가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대학 지원 사업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지난달 뽑힌 10곳 중 사립대는 한림대를 포함해 3곳뿐이다. 한림대는 대학 간 통합 모델을 내세운 대다수 대학과 달리 인공지능(AI) 기반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K고등교육모델’을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선정 과정에서 한림대는 “다른 대학이 보고 함께 따라갈 수 있는 모델 대학이 되면 좋겠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가 글로컬대학 계획서에 써낸 내용은 최양희 총장이 2년 전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들이다. 최 총장은 글로컬대학에 지원하며 학내 구성원들에게 “한림대가 앞으로 20년간 가야 하는 혁신의 길 중 1단계를 글로컬대학 사업이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최 총장을 만났다.

―한림대는 글로컬대학 계획서에 대학의 학과 칸막이를 해체하고 3개 연구원으로 재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배경은….


“학문이 분화하고 사회 발전이 빨라지면서 이미 학문 간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다. 새로운 전공과 융합 분야가 계속 출현하는데 대학의 폐쇄적인 구조로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학과들에 ‘앞으로 어떻게 혁신하고 발전할지 계획서를 써와 봐라’ 했더니 해당 분야(학과)의 발전 방안만 생각하더라. 학과 칸막이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3개의 융합연구원을 신설해 모든 교수 소속을 학과가 아닌 연구원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학과 경계 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면 새로운 전공 개설, 융합학문 출현 등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미 2021년 취임할 때 3개의 연구원 설립을 공표한 바 있다.”

―대학 내 기득권을 해체하겠다고 강조했는데,3개의 연구원은 각각 무엇인지.

“인문·사회·경영·미디어 분야의 도헌학술원, 의료바이오 융합연구원, AI 융합연구원이다. 각 연구원은 기존에 50∼60개 학과별로 따로따로 했던 강의 기획, 전공 신설 및 융합, 평가, 교수 채용 및 승진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한다. 교수 이외의 전임 연구인력도 다수 채용해 수준 높은 연구사업도 수행할 것이다. 앞으로 연구원별로 무전공 입학도 시행할 계획이다.”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적성을 탐색하고 이후 학과를 선택하는 건 교육부가 적극 추진하는 방향이다. 관련 계획은….

“한림대는 이미 7년 전부터 2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하는 복수전공을 필수화했다. 또 입학 후 횟수에 관계없이 전과할 수 있게 해 사실상 무전공제를 실시하는 것과 같다. 완전한 무전공제에서는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과를 선택해 들어오면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니 전과를 자유롭게 하고 복수전공을 필수로 하게 했다. 원하는 전공이 없으면 학생 스스로 고른 과목들로 자기설계 전공을 구성하고 승인받을 수도 있다. 무전공으로 입학하고 일정 기간 이후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 또한 2025학년도에 자연대에서 정원의 20% 정도 규모로 실시해 보고 확대할 계획이다.”

―AI 기반의 교육 개혁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10년 뒤의 고등교육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다. 개인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이 설계되고, 속출하는 신설 융합과목을 담당할 교수가 부족할 것이다. 이를 AI가 극복할 수 있다. 이미 AI는 유아, 초중고 교육에서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림대는 AI 교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도 챗GPT한테 ‘대학교 3학년에 디지털 심리학을 1주 3시간, 15주짜리 과목으로 가르칠 때 필요한 강의안을 만들어 봐’ 하면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 심리, 평가 등에 어떻게 적응시킬지다. 한림대는 이런 모든 과정을 실험해볼 것이다. 10년 정도면 성공적인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다. 2032년까지 전체 교과목의 20%를 AI 교수가 담당할 계획이다. 한림대의 AI 기반 고등교육 시스템을 전 세계 고등교육의 주요 플랫폼으로 보급할 것이다.”

―보통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하는 대학은 사업 종료 전까지 성과를 내겠다고 하는데 한림대는 더 장기적인 계획을 말한다.

“대학 개혁을 5년 안에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한림대는 개혁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보이게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대학(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등으로)에 30년 넘게 있어 봤고 행정(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해보며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또 빠르게 진행하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서서히 다지며 가면 점점 올라가고 세계적인 모델이 된다. 대학 구성원들에게도 ‘우리는 20년의 중장기적 계획을 세웠고, 첫 5년짜리 프로그램을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학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강조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게 핵심이다. 관련 계획은….


“글로컬대학 목표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교수, 학생이 성장하고 지역도 동반 성장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생겨 인재가 정주할 수 있게 한림대가 돕겠다. 한림대는 강원 18개 시군 및 주요 산업단지에 마이크로캠퍼스를 설치하고 있다. 각 지역 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코딩 교육과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모듈형 전공 과정) 운영 등을 한다. 또 춘천역 인근에 ‘스테이션 C’라는 창업 단지를 구축하려 한다. 창업에 필요한 공간, 지원, 투자를 제공해 창업의 메카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