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남서울대 휴먼케어학과 교수
우리의 삶에서 ‘일’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피로와 보람이 있고 불안과 자긍심이 있으며 애환이 서려 있다.
학교교육을 마친 후 우리는 절대적인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낸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직장 동료가 가까운 벗이 되기도 하고, 경력이 쌓이며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서 일이란 경제적 소득원일 뿐 아니라 관계, 역량 향상, 자존감 등 다차원적인 의미를 갖는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이 가지는 여러 의미 중 특별히 ‘소득’의 의미가 강조되는 정책으로 발전했다. 도입 초기(2004년∼) 주요 대상은 소득 수준이 낮고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노후 준비가 미비한 노인으로 이들의 소득 보충에 초점을 둬 운용됐다. 도입 당시 2만5000여 개에 불과하던 노인 일자리는 지난 20년간 80만 개가 넘는 규모로 확대되고 투입 예산도 조 단위를 넘어서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24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대에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19.4% 수준이다. 특히 ‘신노년’이라 부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약 697만 명이 60대에 진입한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 참여 욕구도 강하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사업이 변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 이유다.
지난 7월 정부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를 ‘노년기 자아실현’과 ‘노후 소득 보장’으로 제시했다. 노년기와 자아실현의 조합이 낯설지만 바야흐로 ‘백세 시대’이지 않은가. 더욱이 의술의 발전으로 노년기에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자아실현에 도전할 시간과 여건도 충분하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수를 103만 개로 확대하고 수당도 인상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2024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새 장을 열어갈 주인공을 이달 말까지 모집한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배정해도 주인공이 없으면 텅 빈 무대에 불과하며 사회적 지지와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 없는 공연일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의 목전에서 여전히 심각한 노인 자살과 소외, 고독의 해법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부디 12월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포근해지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결국 ‘미래의 나’에 관한 일임을 잊지 말자.
이소정 남서울대 휴먼케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