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라며 자신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북한을 잘 다룰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자신은 집권 1기 때와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탑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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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북핵 용인’ 직접 부인했지만…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의는 13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되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동결과 이에 대한 검증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보도에 직접 반박한 것은 북핵 용인설이 한국, 일본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을 불안하게 할뿐 아니라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소속 공화당 내 여론과도 대치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주장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취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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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 억제’→‘도발 억제’ 전환 우려
그의 부인에도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대북 비핵화 협상의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 동결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북핵 협상의 모멘텀을 되살리기 위해 거론됐던 방안 중 하나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비핵화의 최종단계(End state)와 로드맵 등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고 북한이 핵 검증을 거부하면 제재를 되살리는 ‘스냅백(Snap back)’ 조항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선(先)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단계적 비핵화 제안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거듭 강조하며 탑다운식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그의 재집권 시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불러올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유세에서도 “김정은은 나를 존중했고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를 언급하며 “우리는 쉽게 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무능력한 협상가 바이든에게 (이런 상황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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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