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직유관단체 채용 조사 454곳서 위반사례 867건 적발 채용비리로 최소 14명 부당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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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민프로축구단 천안시티FC에서 2년 계약직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본인이 채용 계획과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등 채용 과정 전반에 참여했음에도 퇴직 후 해당 채용에 직접 응시해 정규직 경영지원팀장으로 ‘셀프’ 임용됐다. 단장 B 씨는 지인이 홍보마케팅팀 차장 채용 과정 중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일부 심사위원의 점수를 빼고 다시 계산하게 해 해당 응시자를 최종 합격시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공직유관단체 825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채용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454곳에서 이 같은 ‘셀프 채용’ ‘지인 채용’ 등 공정 채용 위반 사례 867건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채용 비리로 인해 최소 14명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탈락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유관단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 등을 받는 기관 단체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사·공단 등이 포함된다.
● ‘셀프 채용’ 등 채용 비리 68명 수사 의뢰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사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쳤다고 판단되는 천안 축구단 2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며 “합격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과실 등 42건은 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823건은 주의 및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 관련자 68명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 피해자 14명에 대해선 채용시험 재응시 기회 부여 등 구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태가 불거진 2017년 이후부터 매년 채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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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이 부적절한 사례도 있었다. E개발원의 계약직 채용에서 한 심사위원은 응시자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음에도 회피하지 않고 심사에 참여했다. F진흥원은 재단 전문위원이 재단 직원 채용에 응시하고 접수 기한이 지난 후 추가 자료를 제출하려 했지만 채용 부서가 거부하자, 사무처장 직무대리가 채용팀에 추가 접수를 하도록 부당 지시를 하기도 했다.
● ‘차별 소지 있는 질문 금지’ 사규 개선 권고
권익위는 채용 관련 사규 컨설팅도 실시해 공직유관단체 331곳에 8130개의 사규를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선 권고 항목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취업 지원 대상자 가점 및 동점자 우대 준수 △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 금지 등 면접위원 사전교육 관리 강화 △퇴직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위촉 금지 등 위촉 요건 명시 등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관들의 채용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채용 비리가 발생해도 규정을 위반했다는 문제 의식이 적고 담당자가 처벌을 피해 갈 가능성도 있다”며 사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