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 완공 셀 작업자 ‘웨어러블 디바이스’ 착용, 작업 마치면 로봇개가 촬영… AI 검사 年3만대 생산시설에 직원 280명뿐 100% 자율공장 실험, 다른곳 확대… 7억명 동남아 시장 ‘전초기지’ 활용
21일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3층 생산공장에서 작업자가 차량을 조립하자 로봇개 ‘스폿’이 따라다니며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획일화된 차량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 공장은 고객들의 다양한 주문에 맞춰 유연하게 차량을 만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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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공장 미래가 한눈에
자동차 산업은 100여 년 전 ‘컨베이어 벨트(포디즘)’ 방식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정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셀 방식은 정반대다. 각기 다른 고객의 주문에 맞춰 셀마다 다른 부품으로 다른 차량을 만든다. 유연하게 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정홍범 HMGICS 법인장은 “기존 공장은 대형 식당에서 같은 라면을 대량으로 만든다면 셀 방식은 각자 원하는 수제 라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HMGICS는 2020년 착공한 축구장 6개 규모, 지상 7층 높이의 건물이다. 큰 공간이지만 근무 중인 직원들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생산 공정이 로봇과 AI를 통한 자동화에 기반해서다. 직원은 총 280명에 불과한데, 이 중 절반가량은 연구 인력이다. 각 셀에서 조립한 차체를 옮길 때는 자율주행로봇(AMR)이 셀과 셀 사이를 오갔다. 4층 커맨드센터에서는 공장 전체를 디지털 공간에 옮겨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문제점을 찾아냈다. 현대차는 향후 HMGICS의 모든 공정의 문제 해결과 분석을 100% 스스로 해결하는 ‘자율공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향후 현대차의 다른 글로벌 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 중이다. 연간 3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고객 개개인의 성향과 기호를 반영한 PBV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 공장과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 등 신공장에도 단계적으로 HMGICS의 신기술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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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억 동남아 공략 시너지 효과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HMGICS를 지은 것은 이곳의 문화지리적 특성과 관계가 깊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 명에 국가의 끝과 끝이 차량으로 30분이면 다다르는 작은 나라다. 정 법인장은 “작은 도시다 보니 어떤 모빌리티를 어떻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할지 고객 피드백을 발 빠르게 받아 테스트할 수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가 혁신 수용성이 높은 국가인 데다 정부 지원이 탄탄한 점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 중이다. 수많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어 다양한 협업을 시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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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