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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세사기 타격’ HUG 손실 4.9조 전망… 내년 보증 중단될 위기

입력 | 2023-11-08 03:00:00

대위변제액 늘며 손실 예상치 3배… 세금으로 자본금 3조 메워야할판
HUG 보증, 자본금 70배까지 가능
자본금 확충 안되면 추가 보증 막혀
전문가 “채권회수 높이는 게 먼저”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당기순손실이 당초 예상보다 3배 많은 4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확인됐다. 최악의 경우 내년 2월까지 국민 혈세로 HUG에 자본금 3조 원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추가 예산 투입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자본금 완전 확충까지는 역부족이어서 이대로라면 내년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부터 기업 대상 분양 보증 등 보증 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UG가 7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임대 대위변제 증가에 따른 재무현황 추정’ 자료에 따르면 HUG가 올해 당기순손실을 예측한 결과 4조914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8월 실적을 바탕으로 전망한 것으로 올초 추정치(1조7558억 원)의 3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는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HUG에 따르면 올해 대위변제액은 4조8808억 원으로 지난해(1조581억 원)의 4.6배로 폭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HUG 관계자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보증뿐만 아니라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보증 사고까지 크게 늘면서 순손실도 더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는 지지부진하다. 올해 말 HUG의 회수액은 5031억 원으로 대위변제액(4조8808억 원)의 10.3%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HUG의 보유 자산이 올해 연말 4조1551억 원으로 전년 말(8조6612억 원)의 ‘반 토막’나는 반면 부채는 3조805억 원으로 전년 말(2조2250억 원)보다 40% 가까이 늘어난다.

문제는 HUG의 대규모 손실로 자본금까지 줄면서 보증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포함한 HUG의 보증상품 한도는 자본금과 연동되는데, 현재 전년도 자본금의 70배까지 보증할 수 있다. 예측대로 손실 나면 자본금은 올해 말 1조746억 원으로 지난해 말 자본금 6조4362억 원 대비 83.3%(5조3616억 원) 갉아먹게 된다. 회계 결산 공시를 하는 내년 3월에는 HUG 보증잔액이 자본금의 351.7배가 되면서 결국 보증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HUG의 보증 중단을 막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회에선 70배인 보증한도를 내년부터 2027년 3월까지 90배로 올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증 가능 금액을 늘리려는 취지지만, 결국 자본금을 확충하지 않으면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HUG에 따르면 내년 3월 기준 보증한도 90배를 넘지 않으려면 자본금이 최소 4조1811억 원이 되어야 한다. 내년 2월까지 자본금 3조1070억 원을 확충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현금 출자와 현물 출자 모두 동원해서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예산에 책정된 7000억 원에 더해 ‘3000억 원+α’를 주택도시기금에서 현금 출자하고, 나머지를 공공기관이 현물 출자하는 방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국회 등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출자 방안은 결국 세금으로 HUG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는 만큼 HUG가 자체적으로 채권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자본금을 메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보증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HUG는 정부 출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은 물론이고 채권회수 강화 등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