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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법원장 후보자 내주 지명… 김형두 조희대 정영환 압축

입력 | 2023-11-04 01:40:00

여권 “내달 9일 정기국회內 인준 목표”
대법원장 공백 한 달 넘게 지속돼
대통령실, 개혁 적임자 중점 검증




대통령실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을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58·사법연수원 19기), 조희대 전 대법관(66·13기),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3·15기) 등 3명으로 압축해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적어도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전까진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내주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9월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후 사법부 공백 상태는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이균용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대통령실은 후보군을 원점에서 검토해왔다. 그 결과 후보군을 3배수로 압축한 가운데 특히 김 재판관을 보다 적합한 후보자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직 누굴 지명할지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했다.

김 재판관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경우 처음으로 헌법재판관 출신 대법원장이 탄생한다. 김 재판관은 전북 정읍 출생으로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헌재 재판관으로 취임한 뒤엔 주로 중도 보수 성향의 판결을 냈다. 그에 앞서선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1심 무죄 선고,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1심 벌금형 선고 등으로 진보 성향의 법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김 재판관을 무작정 반대할 수 없을 거라는 점도 대통령실이 고려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 재판관이 호남 출신이란 부분은 여권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인 조 전 대법관의 경우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돼 3년 반 만에 퇴임해야 하는 점 등이 변수로 지적된다.

한국법학교수회장을 지낸 정 교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등 윤 대통령의 뜻을 반영하기에 적합한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법관 경력(11년)이 상대적으로 짧아 법원 내부 장악력이 약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대법원장 체제를 거치며 ‘사법부의 비정상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만한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관-교수 출신 첫 대법원장 가능성… 후보 검증 막바지


대법원장 후보자 3명 압축
김형두, 호남 출신에 중도 성향
조희대, 박근혜 정부때 대법관
정영환, 대법 연구관 거쳐 교수
“(문재인 정부 당시 능력 있는 법관들을 내몰아) 엘리트 판사들은 지금 재판을 받거나 법원을 나가 있거나 기업 사건을 맡고 있다. ‘인물난’에 시달렸다. 대법원장 후보자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 동안 계속된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 물색 과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뒤 이균용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사법부 공백 상태는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58·사법연수원 19기), 조희대 전 대법관(66·13기),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3·15기) 등으로 후보군을 압축해 막바지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재판관 지명 시 재판관 출신 첫 사례”

김 재판관은 3월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여야 모두 적격 의견으로 무난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이에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한 후보란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지만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판사 모임에서 활동하진 않았다. 김 재판관이 낙점되면 헌재 재판관 출신으로는 첫 사법부 수장이 된다.

김 재판관의 경우 판결에 있어선 중도 성향으로 법리적 판단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재판관은 과거 진보 성향 법관으로 알려졌지만 헌재 재판관 청문회 과정에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입법 과정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소신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과 함께 ‘민주당이 방송 3법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별도 의견도 내놨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는 김 재판관은 소수자, 약자의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도 있다.

조 전 대법관은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재임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주로 보수적 견해를 냈다. 다만 1957년생인 조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상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한다는 점은 변수다.

정 교수가 임명될 경우 교수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는 첫 사례가 된다. 비서울대 출신으론 1993년 연세대 출신인 윤관 전 대법원장 이후 처음이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낸 정 교수는 강원 강릉 출신으로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고려대 법대로 자리를 옮겨 교직에 몸담았다.

● “尹 대통령, 사우디-카타르 순방 후 일주일 넘게 고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떠나기 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를 귀국 후 지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으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참모진은 김 재판관에 대해 전북 정읍 출신으로 호남 인사인 만큼 국회에서 민주당이 다시 부결할 가능성이 낮고,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 행정에 밝아 대법원장으로 적합한 엘리트 법관이란 평가 등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했졌다.

다만 지난달 26일 귀국한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고민하다가 “후보군을 더 넓게 물색해보라”고 지난주 지시했다고 한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전까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은 다음 주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10일 유남석 현 소장이 퇴임하면 헌재소장 공백도 당분간 불가피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