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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탐욕과 급여 불만족이 부정 스캔들 키운다

입력 | 2023-10-30 03:00:00

급여 높아도 낮아도
청렴도 따라 부정행위 가능
관건은 탐욕… 민관노력 병행돼야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던 에너지 회사 엔론의 경영진은 회계와 주가를 조작하고 직원들의 연금을 강탈해 자기들만을 위한 보상을 챙겼다. 엔론은 결국 파산했고 경영진은 수감됐으며 전 세계 11만 명의 직원은 실업자 신세가 됐다. 최근 한국에도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들이 줄줄이 적발돼 이해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회사의 생존과 신뢰를 위협하는 부패 스캔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 미들테네시주립대 교수진 외 38개 글로벌 대학 연합 연구진은 국가와 개인 차원의 부패를 만드는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에 포함된 32개국의 국가 차원 부패를 측정하는 통계치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사용했다. 부패인식지수가 높을수록 국가 차원의 부패 수준이 낮다. 또한 32개국 6500명의 펀드매니저를 설문 조사해 나이, 성별, 수입 등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비롯해 돈에 대한 탐욕, 개인 차원의 부패, 급여 만족도 등의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 분석 결과, 참가 국가의 3분의 2가 부패인식지수 중간 점수(50)를 밑돌아 전반적으로 글로벌 부패 수준이 높다는 것이 나타났다. 부패인식지수가 높을수록 정직하지 않은 행위가 적었고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국가에서는 정직하지 않은 행위가 더 심하게 나타났다. 돈에 대한 탐욕과 부정직 행위 사이에 양의 관계도 확인됐다. 돈에 대한 탐욕이 강한 개인은 재무적 위험에 대한 내성이 높아 위험을 감수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부패인식지수, 돈에 대한 탐욕, 급여 만족도가 동시에 커지면 정직하지 않은 행위가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다. 다만 청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급여 만족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정의를 추구하는 탐욕스러우며 정직하지 않은 행위(Avaricious Justice-Seeking Dishonesty·AJD)’가 급격히 늘었다. AJD는 열악한 급여를 보완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직 행위를 정의롭다고 간주해 탐욕과 정직하지 않은 행위를 모두 정당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돈에 대한 탐욕과 급여 불만족이 최고 수준일 때 부패인식지수가 높은 국가에서 정직하지 않은 행동이 더 많이 관찰됐다.

반대로 청렴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돈에 대한 탐욕과 급여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기회를 찾는 탐욕스러우며 정직하지 않은 행위(Avaricious Opportunity-Seizing Dishonesty·AOD)’가 늘어났다. AOD는 급여가 만족스러운 수준임에도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정직하지 않은 행위를 해서라도 수익을 챙기려는 욕망을 대변한다.

돈에 대한 탐욕이 낮고 급여 만족도가 높으면 국가 차원의 부패 수준과 상관없이 정직하지 않은 정도가 낮았고 행복도는 높았다는 연구진의 또 다른 연구 결과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돈에 대한 탐욕 차단,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 부정직 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 등 개인 차원의 부정직 행위를 통제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