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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대회 출전 경험, 교육 현장서 아이들에게도 줄겁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10-05 23:42:00


서울교대 육상부 회원들은 “교사가 되면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육상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고승준(과학과 3학년) 양현준(체육과 2학년) 조형석(유아특수과 1학년) 심규리(체육과 2학년) 박세호(체육과 3학년) 송현경(과학과 2학년) 문현진(체육과 2학년) 홍채민(체육과 3학년) 이정후(과학과 2학년) 김래원 씨(생활과학과 1학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서울교대가 지난달 9일 충남 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1회 전국교육대 육상경기대회(교대 육상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 9개 교육대 198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낸 결과다. 이번이 5번째 종합 우승이다. 서울교대의 종합 우승은 어릴 때부터 속칭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내몰려 학생들이 운동을 등한시하게 만드는 한국 초등교육에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예비 교사들이 직접 기초 종목 육상을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체득했고, 교육 현장에 나가서 육상을 가르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종구 기자

남자 1500m 2위(4분32초51), 혼성 계주 800m에서 1위(1분54초01)를 한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 고승준 씨(과학과 3학년)는 “올 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를 했던 고 씨가 육상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대회를 앞두고는 주 3회, 대회가 없을 땐 주 2회 수업을 마치고 함께 훈련했다. 훈련 프로그램도 직접 짰다. 고 씨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교수님들께 자문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 한국체대에 가서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남자 400m에서 53초62로 금메달을 획득한 조형석 씨(유아특수과 1학년)는 교대 육상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육상부에 들었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고 운동회 때 계주 멤버로 참여했던 경험이 그를 육상부로 이끌었다. 그는 “그냥 뛰어놀던 수준을 넘어 훈련하니 배울 게 많았다. 육상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스포츠과학 지식도 얻었다”고 했다.

여자 800m에서 3분2초66으로 1위를 한 심규리 씨(체육과 2학년)는 “교수님 추천으로 육상부에 가입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심 씨는 조만간 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여자 800m에서 2위(3분5초87)를 한 송현경 씨(과학과 2학년)는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달리는 데 소질은 있었다. 중고교 시절엔 공부하느라 못 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육상부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하니 성과가 나왔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서울교대 육상부는 육상 선수 출신 김방출 체육과 교수(57)가 2012년 만들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심신을 건강하게 다져야 하는데 국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래를 책임질 새싹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육상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예비 교사들이 달리고 뛰고 던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한 육상을 제대로 배우고 훈련하면서 향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지혜를 함께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 교수는 “예비 교사들의 스포츠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해 본 교사들이 교단에 섰을 때 아이들에게 운동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그 가치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김 교수는 “육상대회에 출전했던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 육상부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자주 전해온다”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교대 대항 T볼 대회를 열었는데 참가했던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 나가 T볼을 활성화시켰다. 이젠 서울 초등학교 T볼 대회에 100개 넘는 팀이 나올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 조만간 초등학교 육상부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교사들의 반응도 좋다. 고승준 씨는 “나를 포함해 중고교 때 운동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공부하느라 거의 운동을 못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장에 나가면 아이들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형석 씨는 “육상 선수 경험이 교사가 돼 아이들을 지도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운동을 일찍 경험할수록 평생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육상대회에 출전한 예비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운동 기회를 많이 준다면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