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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강성명]요금 올린 부산 대중교통, 고품질 서비스로 보답해야

입력 | 2023-08-22 03:00:00

강성명·부울경취재본부


부산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버스 350원, 지하철 300원 인상하자 시민들의 표정이 굳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일제히 오르고 있어서다. 시는 대중교통 운송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졌고, 시내버스는 10년, 지하철은 6년 만에 요금을 올리는 만큼 유가 등 물가와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할 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한꺼번에 요금을 20∼30% 올려 서민 가계에 부담을 주게 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이번 인상안을 두고 시민 A 씨는 “백번 양보해서 시내버스는 전용차로제 설치로 10년 전보다 빨라지기라도 했다지만, 지하철은 6년 전과 대체 뭐가 달라졌다고 요금을 올리느냐”고 비판했다.

부담을 안게 된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가장 빠른 길은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친절, 안전, 청결은 기본이고 다양해진 시민들의 교통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경기도에선 ‘똑버스’라는 이름의 수요응답형버스(DRT)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정한 노선이나 운행 계획 없이 승객이 호출하면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요에 따라 실시간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는다. 경기도는 2021년 12월 도입했는데 부산은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다.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에서 이르면 다음 달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부산은 왜 이렇게 늦은 것인가. DRT는 수년 전부터 관광도시에 유용한 신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왔다. 올여름 부산에 피서 온 지인들 중 ‘커피 섬’으로 유명해진 영도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영도는 서면이나 해운대, 광안리 등 관광지와 달리 도시철도가 없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DRT를 좀 더 빨리 준비했다면 엔데믹 시대를 맞아 유용한 ‘무기’가 됐을지 모른다. 부산은 도시철도 노선과 버스전용차로가 많이 겹친다는 문제를 갖고 있어 DRT가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미래 대중교통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 준비는 어떠한가.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8월 ‘부산 대중교통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부산형 마스’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마스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교통수단을 검색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 예약·결제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는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6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부산에 DRT나 마스를 제대로 운영할 정보기술(IT) 회사가 단 한 곳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월 4만5000원까지 대중교통 이용 금액의 초과분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동백패스’는 칭찬받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률 상승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한 번에 거둘 수 있는 좋은 제도로 본다.

대중교통은 도시의 핏줄이자 시민들의 발과 같은 존재다. 관광객들에게는 그 도시의 얼굴과 같다. 수년 뒤 시민들에게 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읍소할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부산시와 부산버스조합, 부산교통공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



강성명·부울경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