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번째 기소됐다. 3년 전 대선 때 ‘조지아에서는 트럼프가 이겼다’는 허위 발표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했다는 등 혐의만 13가지다. 조지아주 검찰은 마피아 소탕을 위해 만들었던 특별법(RICO법)을 꺼내 들었다.
▷이 특별법은 마피아 두목을 잡기 위해 1970년 처음 제정됐다. 범죄를 뒤에서 실제 조종하면서도 증거 부족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범죄단체 두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때였다. 특별법은 정식 범죄조직은 아니더라도 사실상의 결사체(enterprise)를 만든 1인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근년 들어선 내부자 거래 등 금융인 여럿이 연루된 범죄에도 적용됐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 등 19명을 조지아 대선에 개입한 결사체로 봤다. 유죄가 확정되면 5∼20년 형이 예상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 “내가 1만1779표 차이로 졌다고 집계됐다지만 부정한 표가 많다. 가짜 서명이 수십만 개 나왔다”고 말했다.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국무장관은 “재검표를 3번 했다. 당신은 이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결국 지지자들을 선동해 ‘바이든 당선 확정’을 발표하는 날 의사당에 난입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8월 말 조지아주 법원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니 재판은 이미 시작됐다. 이렇듯 대선 유세지와 법정을 오갈 트럼프가 마주한 혐의들을 떠올리면 착잡하다. 그가 자유 진영의 리더가 다시 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그렇다. 트럼프는 유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다자안보 협력체에서 존중받을까. 오늘 시작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어떻게 운용될 것이며, ‘마피아 두목’ 꼬리표에 중국 러시아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글로벌 역할을 줄이는 고립주의가 트럼프 1기의 외교 기조였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