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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뭔가 사라지는 듯한 한국[벗드갈 한국 블로그]

입력 | 2023-08-10 23:36: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도심 속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매해 여름 올해 같은 더위를 겪어봤겠지만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금 더 자유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올해 여름은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여름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은 피서의 계절, 즐거움을 주는 계절이었으나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사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는 ‘한국이 예전 같지 않다’이다. 특히 치안만큼은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이 어느 순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한국인의 정 문화’도 서서히 옅어져 가는 느낌이다. 필자는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의 인심과 생각이 뭔가 많이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다.

이것이 필자만의 오해일까. 과거 10여 년 전 학부 생활을 했을 때 한국 사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필자가 당시 어려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장기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은 하나같이 필자와 비슷한 생각과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과 이야기해 보며 알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필자는 자녀와 함께 산책이나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나 매장 입구에 아이와 함께 들어가려는 순간 문밖에서 들어오려는 자와 문밖으로 나가려는 자들이 잠깐의 배려를 잊은 채 서로 앞지르기 바쁜 모습을 자주 본다.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 및 행동 등으로도 알 수 있다. 점점 시간과 세월이 갈수록 환경과 치안이 좋아져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반대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름대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정책의 결과가 드러나기는커녕 아이들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엇 때문에 생기고 있을까. 수많은 답들이 존재할 것이다. 필자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필자보다 독자 여러분께서 나름대로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겪어본 적 없는 외국인이나 한국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지 않은 외국인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아마도 24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K팝과 K드라마에 나오는 반짝이는 인물들을 닮은 화려한 밤 조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명 밑에 그늘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 듯하다.

필자와 같은 이주민의 시선에서 한국은 겉으로 성장하고 경제력이 있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겉과 다르다. 아직도 보수적인 요소가 많고 그러한 보수적 형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젊은 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 친구들마저 이민을 고민하는 경우를 흔히 보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면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도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으로서 하게 된다.

과거 10년, 20년 전의 한국의 드라마나 노래를 보면 그때가 그립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다. 당시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에서는 여유를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라 경제력이나 위세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제는 유지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상 유지만 하는 데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행동이 필요한지 요즘 들어 새삼 실감하고 있다.

필자처럼 한국을 좋아하거나 한국에 삶의 뿌리를 내린 사람들에게 있어 한국은 그저 외국이 아니라 생을 공유하는 존재다. 과거의 치안과 사람들의 정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대한민국 만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