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작가. 2019.06.21. 뉴시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현직 특수교사가 주 작가를 향해 “아무리 생각해도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배재희 특수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호민과 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주호민. 당신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다. 다름 아닌 인간의 ‘자존’. 제일 추악한 게 밥그릇으로 사람 괴롭히는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주 작가를 향해 “당신네 부부,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설리번’ 선생님보다 더 고상한 인격자라고 자신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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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사는 장애 제자들이 저지른 실수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난 그런 게 단 한번도 역겹다고, 더럽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나 같은 볼품 없는 특수 교사도 그 정도 소명은 영혼에 음각하고 산다. 나도 교사로 살며 말도 안 되는 분에 넘치는 축복과 칭찬 받아봤지만 ‘설리번’이란 말까진 못 들어봤다”며 “그분께 오늘이라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일 겪으며 우리 동문들이 그렇게 정신과 많이 다니는 것, 입원까지 한 것을 처음 알았다”며 “우리 특수 교사 후배들, 그 학력에, 그 월급 받고 차마 못할 일 감당하고 산다”고 했다.
배 교사는 “주호민, 당신이 구상한 대로 설리번 선생님 끝끝내 파멸시키면, 나도 사표를 쓸 것이다. 소송의 공포에 시달리느니 스스로 분필을 꺾겠다”며 “지금 벌이는 짓이 사람 갈구는 일진 놀음이지, 어디 정상적인 민원인가. 이렇게 한 사람을 파멸시켜서 당신네 부부가 얻는 게 뭔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배재희 특수교사가 올린글. 배재희 특수교사 페이스북 캡처
주 작가는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자신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9월 고소했다. 당시 주 작가의 아들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 통합학급(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다. 이후 주 작가 부부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등교시켰고, 특수교사 A 씨가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하며 고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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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온라인상에는 주 작가로부터 고소당한 특수교사 A 씨가 작성한 경위서가 공유됐다. 경위서에서 A 씨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하고자 했을 뿐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수업 중 계속해서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주 작가의 아들을 제지하기 위해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A 씨는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재판 중이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