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편 연달아 펴낸 정은귀 교수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웃고 있는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정 교수는 “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시는 재밌다. 또 시는 정말로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54)의 어머니는 2000년 정 교수가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 현대미국시 박사 과정을 위해 한국을 떠날 때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가 연구자뿐 아니라 대중에게 시를 소개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것이다. 23년이 지나 정 교수는 15일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민음사), 20일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마음산책) 에세이를 2편 연달아 펴냈다. 지난해 4월 에세이 ‘딸기 따러 가자’(마음산책)를 펴낸지 1년 3개월 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웃고 있는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83세 어머니는 아직도 시를 매일 필사하세요. 가끔 자신이 쓰신 시를 제게 보내오기도 하고요. 호호.”
그는 미국의 앤 섹스턴(1928~1974), 영국의 크리스티나 로세티(1830~1894) 등 해외 여성 시인의 시를 국내에 소개한 문학 번역가로 유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25)의 시집 ‘우리가 오르는 언덕’(2021년·은행나무),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2022년·은행나무)를 번역한 것도 그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많은 여성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눈을 떴다”며 “한국 독자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미 시인의 작품을 원한다는 걸 알아 번역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표지. 민음사 제공.
“시를 읽는 건 ‘자각’하는 과정이에요. 반복되는 삶에서 우리가 바라보지 못한 것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죠.”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표지. 마음산책 제공.
인터뷰가 끝날 때 그는 어머니가 쓴 시 ‘첫사랑’을 보여줬다. “삶에 짜들고 힘겨웠을 때/어머니는 나에게서 떠나가셨다”(시 ‘첫사랑’ 중)는 시구는 정 교수의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를 첫사랑으로 묘사한다.
“한 편의 짧은 시에 인생이 들어있어요. 하나의 시어, 한마디 구절을 읽을 때마다 경이로운 이유죠. 제 어머니처럼 누구나 시를 읽고 쓸 수 있다는 걸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