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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1달 만의 한중 고위회담… ‘험악한 갈등 진정’ 전환점 삼으라

입력 | 2023-07-17 00:06:00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주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11개월 만에 만났다. 양국 외교 수장은 북핵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에서 여전한 견해차와는 별개로 양국 간 대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정상회담을 포함하는 고위급 교류와 차관급 전략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회담은 다자 외교장관회의에서 빠져나와 45분간 대화하고 복귀하는 형식으로 성사됐다.

이번 한중 고위급 회담은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이 빚은 험악한 갈등을 진정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싱 대사의 발언은 미국 일본과 밀착하는 한국의 행보에 대한 불만을 고압적으로 표출한 것이었지만 불필요한 외교 참사였다. 박진-왕이 회담에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자고 한 만큼 상황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방 대 중-러’의 진영 대결이 뚜렷해지는 신냉전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실질적 관계 개선을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일단 상대에 대한 언어의 톤을 낮추자는 ‘봉합’ 수준이 아닌지 싶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묵은 갈등을 비롯해 미중 전략대결 속에서 가치외교를 더 중시하는 한국의 외교적 선택 등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엔 사안이 복합적 중층적이다.

한중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이웃 나라다. 불필요한 갈등은 최소화하고 생각의 차이를 줄여 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미국도 국무장관 재무장관에 이어 오늘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가 베이징을 방문한다. 우리도 한중 고위급 협의 재개와 함께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만나서 ‘구동존이(求同存異·다른 점은 인정하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의 정신을 살려내는 것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