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천수만 너머로 대나무 섬인 죽도와 더 멀리 안면도가 병풍처럼 바라보이는 곳. 석양이 잔잔한 수면을 붉게 물들이며 신선계의 황홀경을 연출하는 곳. 가을 대하 겨울 새조개 등 사시사철 해양 먹거리로 입맛까지 북돋워주는 곳. 바로 충남 홍성군의 남당항이다. 명품 해양 경관과 식도락 관광지로 주목받아온 남당항이 최근 새롭게 변신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물놀이형 음악분수, 네트 어드벤처를 갖춘 오감만족 해양공원이 항구에 들어섰다.
남당항 노을전망대의 낙조.
바다 매립지에 5만5000㎡ 규모로 조성된 남당항 해양공원은 홍성군이 여름 피서지 및 휴양지로 야심차게 선보인 대표 관광 브랜드다. 해양공원은 물놀이 체험형 음악분수, 트릭아트 존, 네트 어드벤처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해양공원의 중심 무대인 물놀이 체험형 음악분수는 6600㎡ 규모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음악과 분수 쇼를 즐길수 있는 음악분수 무대는 거울못(면적 1960㎡, 중앙 깊이 25cm), 바닥분수 및 안개분수, 야간 경관 조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당항 해양공원의 음악분수. 홍성군 제공
남당항 해양공원의 음악분수. 홍성군 제공
거울못은 가장 깊은 곳이 성인 무릎 정도여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음악과 함께 뿜어나오는 분수 사이를 누비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주무대였던 예전 남당항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 음악 분수 쇼는 주말마다 운영되고 있는데,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으레 여름철이면 비수기로 접어들어 한산하던 남당항 분위기도 달라졌다. 차박 혹은 캠핑 등을 통해 남당항의 다양한 즐길거리를 누리는 피서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음악분수 바로 옆으로는 길이 170m, 폭 3∼9m 규모의 트릭아트 존이 있다. MZ세대의 관광 트렌드를 반영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무대다. 트릭아트는 빛의 반사와 굴절, 음영과 원근을 이용해 그림을 입체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한 미술기법이다. 황금빛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초대형 대하, 바다거북과 바다 여행, 상어의 위협, 대형문어의 습격 등 총 12개 트릭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연출과 포즈로 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들의 모습도 또다른 구경거리가 될 정도다.
남당항 해양공원의 트릭아트 존. 홍성군 제공
남당항 해양공원의 트릭아트존. 홍성군 제공
남당항 해양공원의 네트 어드벤처. 홍성군 제공
물멍과 놀멍, 그리고 달멍
남당항에서는 천수만의 잔잔한 바다와 갯벌을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과 함께 서해로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감상하는 ‘놀멍’을 즐길 수 있다. 남당항에서 북쪽 어사리항 방향으로 1km 남짓 바닷가 길을 따라가다보면 ‘남당항노을전망대’가 있다. 바다 쪽으로 100여m쯤 곡선을 그리며 돌출된 데크 해상 전망대다. 해가 질 무렵이면 바다와 갯벌이 붉게 물들여지면서 빨간색 전망대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닷가 쪽으로 뻗어나간 남당항 노을 전망대. 전망대 아래 모래사장이 인상적이다.
노을전망대에서 북쪽으로 4km 떨어진 속동 전망대도 낙조 명소다. 이곳에는 배 모양의 포토존이 설치돼 있는데,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연출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속동 전망대 인근에는 높이 65m의 홍성스카이타워(2024년 1월 오픈 예정)도 선보인다. 홍성스카이타워는 천수만의 명품 낙조와 리아스식 해안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는 곳이다.
홍성 스카이타워(오른쪽)와 속동 전망대(왼쪽 작은 섬).
홍성에는 일몰과 함께 일출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천수만 내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인 죽도다. 남당항에서 죽도로 들어가는 배편이 있다.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섬주위에 ‘시누대’라고 하는 가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죽도(竹島)라 불린다. 홍성군의 유일한 유인도이지만, 섬이 워낙 작다보니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다니지 않는다. 전력도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생산되니 그야말로 오염원이 없는 청정무구한 섬이다.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인 죽도.
근대 민족주의 발상지에서
홍성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충(忠)과 의(義)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다수 배출한 ‘절의(節義)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고려의 명장 최영(1316~1388년),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1418~1456년), 독립 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1879~1944년),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1889~1930년) 등이 홍성을 고향으로 두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영과 성상문은 1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최영 장군의 출생지로는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1316년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최영은 이성계의 쿠데타에 반대하며 고려를 지키려 한 충신이다. 인근 닭제산에는 최영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된 사당(기봉사)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2.3km 떨어진 곳에 성삼문이 태어난 성삼문 유허지가 있다. 성삼문은 세종 때 집현전 학자로 훈민정음 창제에 크게 공헌하였고, 세조의 단종 폐위에 반대하며 굳은 절개를 지켜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최영 장군 사당.
성삼문 선생 유허지.
한용운 생가와 동상.
갈산면의 김좌진 생가.
시민들의 힘으로 건립한 우리겨례 박물관.
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