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김지연이 태극마크 반납한 이유 런던 올림픽金 등 국제무대 맹활약 고관절 통증 탓 국가대표 은퇴 선택… “언제 복귀하냐” 얘기 아직 많이 들어 “관중석서 응원”… 실업팀 활동은 계속
14년간 여자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로 뛰었던 김지연(서울시청)이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소속팀 훈련장에서 칼을 세워 들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여자 펜싱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던 김지연은 지난달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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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언제 다시 들어오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미녀 검객’ 김지연(35·서울시청)은 각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훈련하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최장기 투숙객’으로 통했다. 서울 태릉에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던 200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지연은 이후 14년 동안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선수로는 다시 이 선수촌을 찾을 일이 없게 됐다.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서울시청 훈련장에서 만난 김지연은 “진천선수촌에 오가기 쉽도록 신혼집도 (경기 수원시) 광교에 얻었는데 선수촌 생활이 끝나도 소속팀(당시 익산시청) 숙소로 가야 하니까 신혼집에서는 남편이 혼자 살게 되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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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여자 사브르에서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김지연이 처음이었다. 김지연은 이전까지 국제대회 우승 경험도 없던 선수였다. 김지연은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우승해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우승을 한 게 올림픽이니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김지연은 이후에도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2연패를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2018∼2019시즌에는 개막을 앞두고 고관절 통증이 찾아오면서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한 것도 고관절 통증 때문이다. 김지연은 “원래는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때까지는 버텨볼 생각이었다. (남자 사브르 대표 김)정환(40) 오빠도 ‘더 할 수 있는데 왜 그러냐’며 만류했다. 사실 저도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거면 더 하겠는데 고관절은 그게 안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갔더니 고강도 훈련을 계속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병원에도 가봤는데 ‘이룰 거 다 이뤘으면 그만하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도자들은 김지연이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이라도 계속해주길 바랐지만 김지연은 “후배들에게 기회가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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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은 “도쿄 대회는 마지막 올림픽이라 정말 간절히 준비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은 또 다르다. 단체전(에서 승리했을 때)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동메달로 김지연은 남현희(42·플뢰레)에 이어 한국 여자 펜싱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메달을 모두 차지한 선수가 됐다.
이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김지연 없이 항저우 아시아경기와 2024 파리 올림픽을 치른다. 국가대표 은퇴 후에도 실업팀 생활을 이어가는 김지연은 “한국 여자 사브르가 도쿄 올림픽 이후 계속 세계랭킹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후배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줄 것”이라며 “프랑스는 펜싱 종주국이라 파리에서 대회를 하면 관중석이 늘 꽉 찬다.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함께 관중석에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