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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레이스 시작… ‘반중’ 라이칭더 vs ‘친중’ 허우유이

입력 | 2023-05-18 03:00:00

대만 총통선거 240일 앞으로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친중 성향의 야당 국민당은 경찰청장 출신의 허우유이(侯友宜·66) 신베이 시장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은 지난달 12일 라이칭더(賴淸德·64) 부총통을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240일간 라이 부총통과 허우 시장이 2300만 국민의 선택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이번 대선은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1996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27년 만에 전직 총리 자격으로 대만을 찾은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17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중국의 경제 압박에 맞서기 위해 ‘경제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해야 한다”며 서방의 대만 지원을 촉구했다.

● 경찰 출신 허우 vs 의사 출신 라이

17일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에 따르면 이날 국민당 중앙상임위원회는 허우 시장을 내년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허우 후보는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郭臺銘·73) 폭스콘 창업자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당의 낙점을 받았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모두 당원의 직접투표가 아니라 당 중앙조직이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허우 후보는 한국 경찰대와 비슷한 중앙경찰대를 졸업한 후 경찰청장까지 지냈다. 은퇴 직후 국민당에 가입해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의 부시장, 시장을 역임했다. 아내와 세 딸을 두고 있다. 장남을 버스 화재 사고로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중국의 힘을 인정해야 하며 특히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용 노선을 추구한다.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 면모를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만해협의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광부의 아들인 라이 부총통은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민진당의 지지 기반인 남부 타이난 등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타이난 시장, 총리 격인 행정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달 후보 수락 연설 때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최우수선수(MVP)”라며 중국과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앞선다. 국민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인 이달 8, 9일 대만여론재단(TPOF)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라이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라이 후보는 35.8%, 허우 후보는 27.6%의 지지를 얻었다.

궈 창업자가 향후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궈 창업자는 2020년 대선 때도 국민당 경선에 도전했다.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자 탈당했지만 최종 출마를 포기하고 재입당했다.

● 트러스 “대만 지원” vs 中 “한물간 정치인”
대만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대립 또한 격화하고 있다. 16∼20일 대만을 찾은 트러스 전 총리는 17일 “중국의 공세에 맞서 대만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그는 기후변화 의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방 인사가 많다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문화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란 의혹을 받는 공자학원을 영국 내에서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시쿤(游錫堃) 대만 입법원장도 16일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초승달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인도태평양 평화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15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나 미국의 무기 지원을 논의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트러스 전 총리는 ‘한물간 정치인(過氣政客)’”이라며 그가 사리사욕을 위해 대만을 거론한다고 폄훼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달 초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미 본토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트러스 전 총리의 대만 방문을 구실 삼아 ‘대만 봉쇄’ 무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