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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결합 ‘조건부 승인’…“3년간 차별 안 돼”

입력 | 2023-04-27 11:35:00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대해 3년간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함정 부품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함정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대우조선해양은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해 함정 입찰에서 함정 부품을 공급할 때 견적과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차별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27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영위하며 항공기를 비롯해 자주포·장갑차 등을 제조·판매한다. 한화시스템은 함정 전투지휘체계, 열영상 감시장비 등 각종 군사 장비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사업자다. 한화는 함정에 들어가는 13개 핵심 부품에 64.9~100%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1위 사업자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특수선·해양플랜트 등을 건조하는 회사로, 함정 시장에서 점유율 25.4%(2위), 잠수함 시장에서 점유 97.8%(1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국내 함정 부품시장과 국내 함정시장 간 수직 결합으로 인해 경쟁제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입찰에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만 견적 가격을 낮게 제시해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사가 높은 가격으로 투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함정 부품사의 협조가 중요한 함정 입찰에서 한화가 경쟁사보다 함정 부품 정보를 더 상세하게 제공하며 입찰 제안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경쟁사의 함정 관련 기술·개발 일정 등 민감한 영업 기밀을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공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함정 부품 경쟁사들의 정보를 얻기 쉬워져 영향력을 강화하는 ‘협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 등 함정 부품사 4곳은 지난 2012년 공정위에 담합한 게 적발돼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한편 해당 회사들은 공정위에 대우조선해양이 자본 잠식에 빠져 회생이 불가한 회사라는 것을 주장해 왔다. 관련 법상 경쟁제한성이 있더라도 피취득회사가 회생 불가 회사라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2년 영업손실이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건 맞지만, 같은 기간 수주실적·수주잔량의 급증,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량 증가, 선박 가격 상승, 원자잿값 안정 등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해 3년(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 동안 3가지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다.

우선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수상함·잠수함 입찰에서 한화가 함정 부품 견적을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 간 차별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함정 건조 경쟁사가 입찰 제안서를 쓰기 위해 한화에 함정 부품 기술 정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특히 거래 과정에서 얻은 경쟁사의 함정 부품·함정의 정보를 동의 없이 주고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이 3년 동안 시정조치를 준수하는지 따져보기 위해 반기마다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3년 이후 시장 경쟁 환경·관련 법 제도 등의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