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그 불확실한 벽(출처: 신초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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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소설 ‘마을과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을 펴냈다. 원래 1980년 단편으로 집필했던 동명의 작품이 있었지만, 이번에 장편소설로 약 43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나왔다.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 만에 펴낸 작품이기도 하다.
18세인 주인공 ‘나’는 어느 여름 해 질 녘 짝사랑 대상이던 소녀에게서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의 이야기를 듣는다. 소녀는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일 뿐 진정한 자신은 그 벽으로 둘러싸인 거리 속에 있다고 말한다.
소녀(그림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나’는 소녀에게서 들은 말을 믿고 그 거리로 들어간다. ‘나’는 예언자가 되어 낡은 꿈을 찾게 되고 진정한 소녀를 만나 점점 가까워지지만, 그림자를 잃은 그녀와는 아무리 말을 나누고 몸을 포개도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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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 세계에서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도서관장으로 살아간다. 또한 나약하고 어두운 자신의 그림자를 등에 업고 그 썩은 냄새와 함께 살기로 선택하며, 매초마다 죽어가는 말(언어)로 소녀에 대한 기억을 계속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원래 1980년 ‘문학계 9월호’에 기고했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이 작품을 모체로 탄생한 장편소설이 1985년 출간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다. 무라카미의 뜻에 따라 단행본이나 전집에도 일체 수록되어 있지 않았던 작품이다.
무라카미는 교도통신와의 인터뷰에서 “내 안에 있는 사춘기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었지만, 당시 훈련이 제대로 안 돼 있었다”며 “어중간한 상태로 (문예지에) 내놔서 굉장히 후회했다.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다”고 집필 소회를 밝혔다.
이 작품은 초판 30만 부가 발행됐으며, 무라카미의 장편 소설 중에는 처음으로 전자책이 동시 출간됐다. NHK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이 책의 판매가 시작된 13일 오전 0시부터 도쿄 서점가에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등 팬들을 중심으로 축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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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