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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국민의힘, 총선 포기하고 대선 승리 바라나

입력 | 2023-04-13 00:00:00

“총선에서 정권 견제론 50%” 여론조사
대통령보다 대통령실은 더 오만하다
설명·공감·사과·책임 안지는 4無 정권
‘검찰공화국’에 ‘검찰당’ 식물대통령 우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따지고 보면 기이한 일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정권 견제론이 나온단 말인가. 내년 4·10총선 때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6%,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라는 갤럽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고 나는 혼자 갸우뚱했다.

총선 1년 전 여론조사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4년 전에도 똑같은 설문조사가 있었다. 결과는 무섭게 정확했다. 2019년 4월 11일 ‘정부 지원론’이 47%, ‘정부 견제론’이 37%였는데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까지 합쳐 180석 압승이었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12일 김기현 대표에게 지난달 당 대표 선출 이후 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말조심, 국민정서 조심을 주문했다. 핵심을 벗어난 조언이다. 정권 견제론은 단순히 설화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1월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윤 대통령의 성과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수 국민이 정권 견제를 원한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얼굴과 성과에 불만이 많다는 의미인 거다.

물론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지지율이 0%, 1%라도 해야 될 일을 하겠다”며 탈원전, 남북관계 등 문재인 정권 5년간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겠다고 당당하게 나설 땐 박수 치는 지지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설명 없고, 공감 없고, 사과 없고, 책임지는 사람 없는 4무(無) 스타일이다. 지지율이 올라갈 일도 되레 깎아먹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 3월 15일자 인터뷰에서 “대통령 되기 전부터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방일 전 이렇게 친절하게 우리 국민이나 언론에 설명한 적이 있나 싶어 눈물이 났을 정도다(방일 후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읽은 23분간의 담화문은 설명 아닌 설교였다).

이태원 참사 때도 윤 대통령은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싸고돌았다. 대통령 취임 전엔 대통령 부인의 활동도 없을 것이라더니 제2부속실도, 특별감찰관도 안 두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대통령보다 오만해 보인다. 당 대표 경선 중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 나경원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려 결국 주저앉혔다. 정무수석은 안철수 당 대표 후보를 향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조폭처럼 협박했다. 유신독재 시절 서슬 퍼렇던 중앙정보부장들도 이토록 공개적으로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행태는 보인 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월 초 에너지 바우처 7000원 추가 인상을 발표했음에도 경제수석은 며칠 뒤 갑절로 올린다고 발표하는 등 ‘청와대 정부’ 뺨치게 내각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는 적폐 재생산을 자행하고 있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에서 보듯 검찰 출신으로 그득한 대통령실에선 인사 검증을 해도 검찰 출신의 갑질쯤은 별일 아닌 걸로 뵈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런 대통령실에서, 그리고 윤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검찰 출신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돈다는 사실이다. 육사 출신도, 무능한 운동권 출신도 정권을 운영했는데 똑똑하고 유능하며 윤 대통령 뜻을 빠릿빠릿하게 받들 특수통 검사 출신들은 훨씬 잘하고도 남을 거라는 소리가 거짓말같이 나돌고 있다. 이러다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나는)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올 초 한 신문과의 인터뷰가 현실이 될 것만 같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 0%가 돼도 할 일을 하겠다”며 진짜 검찰 공천을 밀어붙일지 모른다. 총선에 이기고 2027년 대선에서 지느니, 차라리 총선 포기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게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총선 승리하고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정권보다는 2000년 총선에선 졌지만 2002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김대중 정권 모델이 백번 낫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김기현 대표가 총선 공천을 하며 윤 대통령과 맞설 리 없다. 그러나 ‘검찰 공화국’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당’이 된 국민의힘이 총선을 포기한들,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부인을 대하듯 국민에게 좀 더 친절하게 다가오길, 그리하여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좋은 점수를 받길 바랄 뿐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